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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최은진의 BOOK소리 143

1만 년 성의 역사를 민낯으로 마주하라.

에로틱 세계사

저자 : 난젠 & 피카드 / 출판사 : 오브제 / 정가 : 18,000

 


몰랐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섹스에 병적 아니, 광적으로 집착해왔다는 사실을. 1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현재 우리보다 더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적극적이었다는 걸.


동굴 벽에 포르노그래피를 그렸고 파피루스에 음담패설을 썼던 호모사피엔스의 1만 년 동안의 성 연대기. 인류가 역사에 남긴 수많은 유물과 문헌, 사건, 사례를 보여주면서 1만 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속되어 온 인류의 성 문화를 심도 있게 조망한 책. 독일의 젊고도 뜨거운(?) 저널리스트 그룹인 난젠&피카드의 발칙하고도 유쾌한 성이야기. 그들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요즘엔 욕정을 억누르는 자들이 교무실이나 풍기 단속반 혹은 사제관에 있지 않고, 우리의 머릿속에 있다.”.


인류의 출현부터 철기시대, 헬레니즘 로마 시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 계몽주의 시대, 혁명의 시대, 세계대전과 학살의 시대, 냉전 시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남긴 문헌과 예술 작품 등에서 유추 또는 확인할 수 있는 당대의 성 풍속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소개한다. 관음증이 있었던 수메르인에서부터 바람둥이로 알려졌으나 열정적인 페미니스트였던 카사노바와 풍만한 엉덩이로 미의 기준을 세운 킴 카사디안, 그리고 2015년 포르노 여왕이 된 이슬람 여성 미아 칼리파까지. 거기에 다양한 그림 및 사진 자료를 첨부해 볼거리까지 풍성하다. 이 외에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감없이 담아냈다.


저자는 한국 성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그들은 한국에만 있는 남성의 성기를 우상시해 나무나 돌로 만든 것과 제주도에 있는 러브랜드 테마파크에 큰 관심을 보인다. 또 한국의 비디오방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다른 뭔가(?)를 한다는 사실을 흥미로워한다. 그들이 한국 독자에게 던진 발칙한 제안은 이렇다. “섹스의 이야기는 끝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분야에선 누구나 다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연애 경험을 통해 인류 문화사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독특하고 황당하면서 문란하고 또 멋진 자신만의 연애 사건을 통해서 말이다.” 에로틱한 세계사에 한 줄 남기기 위해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멋진 연애!

<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