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조율 시인의 ‘우산은 오는데 비는 없고’가 시인동네에서 나왔다.
비가 올 때 우산이 필요한 것인데, 비는 없고, 우산은 온다. 상처다.
시인은 ‘우산은 오는데 비는 없고/ 사람은 오는데 사랑은 없고’라며 웅얼거린다. 소리 내어 통곡하지 않는다. 내면에서 삭히고 감내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지는 시인. 결코 해소되지 않는 상처.
내면으로 거듭되는 상처는 그 모든 상처와 고통을 준 절박한 삶의 지점에 다시 닿고, 상처가 되기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시인은 삶을 버릴 수 없다.
“뉴스에 사망이라 입력하고 오늘 사망자 이름을 다 더하니 낮이다, 아무날도 아닌 겨울날이 찾아온다.”(‘마감 뉴스’중)
상처 투성로 살다 사망하는 것은 아무날도 아닌 그냥 모두의 일상일 뿐이다.
“대낮이 금지되었습니다/ 민방위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이렌이 울리면 우리는 이제 성장하러 갑니다/ 적막에게 방어 자세를 배우러 갑니다/…그러나 적막이 풀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금지된 대낮’ 중)
금지된 곳에서 겪는 모든 삶은 상처이다. 그렇다고 금지가 풀리면 갈 곳이 있기는 할까. 금지된 곳에서 상처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시인은 한라일보 신춘문예에 시 ‘적도’가 당선돼 등단했다. ‘윤동주시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