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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에 속은 체임벌린 그럼 문 대통령은?

이상일(전 새누리당 국회의원·현 단국대 석좌교수)


[용인신문] 호국보훈의 달인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언행이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칭송했다. 광복 후 월북해 김일성의 남침을 돕고 장관직(국가검열상·노동상)을 누린 인물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찬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원봉 덕분에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이 커졌고, 국군의 뿌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대통령이 6·25로 북한 훈장까지 받은 사람을 치켜세워 논란을 키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앞서 4일 청와대는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행사에서 나온 참석자의 핵심 발언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한국전쟁 때 전사한 김재권 일병의 아들(유복자) 김성택씨는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6·25, 천암함, 서해교전, 연평해전 등은 북한의 공격이자 테러였다. 그런데도 북한은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사과도 없이 화해나 평화를 말한다면 그것은 위선이고 거짓 평화다.”


문 대통령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씨 발언 중 정부의 유해발굴 사업으로 아버지의 유해를 찾게 됐다. 너무 감사하다는 것만 알리고, 북한에 대한 타당한 지적(현 정부에 대한 지적이기도 함)은 브리핑에서 빼버렸다. ‘북한이라면 사족을 못 쓰다시피 하는 대통령이 그 말을 듣기 불편했을 것(대통령의 무반응도 이 때문일 듯)이고, 김정은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감추려 했던 내용은 김씨의 언론을 통한 문제 제기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대한민국은 호국영령의 피로 지킨 나라다. 6·25가 왜 일어났고, 3년의 전쟁에서 이 나라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산화(散華)한 선열의 희생이 얼마나 숭고한지. 그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특별히 생각하는 때가 6월이다. 그런 시기에 대통령은 북한에서 6·25 훈장을 받았고, 국군과는 무관한 사람을 추앙하면서 국군의 뿌리인양 역사를 왜곡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당연히 취해야 할 행동을 지적한 보훈가족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전달되는 걸 차단하려 했다. 한심해도 이런 한심한 일이 있는가.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어야 할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도리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족 우선이란 감상(感傷)과 환상에 빠져 북한체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젊고 솔직하며 예의 바르고, 연장자들을 존중한다. 그가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예의바른 태도를 취하는 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것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건 순진한 것이다. 진짜 봐야 하는 건 겉이 아닌 속셈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가 우리나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다르지 않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김정은 말을 믿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이 틀렸다는 건 이미 확인됐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도 김정은이 가짜 비핵화카드를 내밀었기 때문 아닌가.

19389월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나치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와 뮌헨협정을 맺으면서 히틀러가 믿을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히틀러는 예의바른 태도로 체임벌린을 속이고 협정 체결(위장평화)을 통해 전쟁 준비 시간을 벌었다. 히틀러의 흉계를 모른 체임벌린은 영국에서 협정문을 흔들며 평화가 왔다고 했다. 11개월 뒤 히틀러는 협정을 파기하고 2차 대전을 일으켰다. 체임벌린은 외교사에 순진과 유약의 대명사로 기록됐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체임벌린이 되지 않을 지혜와 역량을 갖고 있는가?

    

프로필:

전 국회의원
현 단국대 석좌교수
현 건국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전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ㆍ정치부장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