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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정치인 거리 현수막 ‘공해(公害)’다


[용인신문]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플래카드)을 큰길가에서 자주 본다. 기자는 오래전부터 정치인들의 이름이 쓰인 현수막을 볼 때마다 심각한 공해(公害)라고 생각해 왔다.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합법을 가장한 선거홍보 행위임을 알고 있기에 볼 때마다짜증과 피로감이 앞섰다. 게다가 정치신인보다는 기존 정치인들에게만 게시 권한이 있어 선거법 위반 논란이나 위헌 요소까지 다분하니 더 그랬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길거리 현수막을 ‘불법광고물’에서 ‘합법’으로 인정한 정당법 37조 2항(정당활동의 자유)과 옥외광고물법 제4조 및 시행령 24조(광고물 등의 표시가 금지되는 물건)로 볼 경우엔 ‘불법’이니 분명히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는 그러나 개별법인 공직선거법 제61조 등에 따라 정당과 정치인들의 현수막을 옥외광고물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선거, 국민투표, 주민투표(주민소환투표) 등에 대해서는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 따라 적용배제를 인정하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과연 정당법(제37조 제2항)에서 “주요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규정”한 부분을 잘 적용하고 있는지를 따진다면 회의적이다. 홍보 내용은 뒷전인 채 정당명이나 정당인 이름, 심지어 잠재적 출마예정자임에도 사진까지 버젓이 부각시키고 있다. 어느 국회의원은 비례대표임에도 정당 활동을 빌미로 특정지역에 거의 매일 현수막을 도배하다시피 한다. 누가 봐도 지역구 출마를 위한 사전선거운동이 뻔

하지만 선관위는 법을 핑계로 뒷짐만 지고 있다. 홍보 현수막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중앙당 이름으로 일괄 게시하면 된다. 그러나 각자 이름 알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선관위 측은 현행 선거법엔 입후보예정자들의 경우 선거일 180일 이전까지만 현수막 게시가 가능하다고 했다. 선관위가 사전선거운동을 사실상 권장,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요즘 정국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치 혐오증에 빠져있다. 단언컨대 정당 활동 외에도 각종 기념일마다 길거리에 내걸리는 정당인들의 선전선동 구호나 이름은 오히려 극도의 피로감만 가중시킬 뿐이다. 아무리 좋은 문구를 쓴 현수막일지라도 일반인들이 하면 과태료 대상이다. 선관위는 이제라도 헌법재판소나 국가권익위에 면밀한 검토를 받길 바란다. 누가보아도 형평성과 공정성에 위배되고 있지 않나. 정치권 역시 하루빨리 관련 법령들을 재개정해 적폐 세력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참고로 용인시의 경우 불법광고물을 수거해 온 시민에게는 월최대 30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하는 ‘불법광고물 시민수거 보상제’를 시행중이다. 만약 전국의 지자체들까지 합세해 상위법을 무시하고 옥외광고물 관련 조례에 정치인들의 현수막을 콕찍어서 불법광고물로 규정해 버린다면, “용인, 아니 전국의 도심 거리가 정말 깨끗해질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