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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골프가 좋다, 용인이 좋다

류미월(시인/수필가)


[용인신문] 아파트 단지를 걸으면 짙푸른 녹음이 싱그럽다. 과천에서 용인으로 둥지를 튼 지 어느새 19년이 흘렀다. 가느다랗던 나무들이 나와 세월을 함께 하며 어깨가 넓은 나무가 되었다. 여름이면 전성기를 맞은 나무들이 이파리를 찰랑이며 그늘을 준다. 가끔은 단지와 연결되는 인근에 낮은 산을 오른다. 산행을 하다 보면 가까이에 00골프장 파란 잔디가 한눈에 들어온다.


필자는 금융업에서 일하다 IMF 때 퇴직했고, 그때부터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공이 잘 맞질 않고 힘만 들어가고 재미를 못 느꼈다. 작은애를 늦게 낳아서 뒷바라지 하느라 한동안 골프를 접었다가 몇 년 전에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 지금은 골프가 참 재미있다. 좋은 사람들과 라운딩을 하면 힐링도 되고 인생도 깊어지는 기분이 든다. 용인에는 골프장이 많다. 골퍼들의 천국이다. 필드엔 어쩌다 나가지만 연습장에 가서 한 볼 한 볼 신중하게 볼을 칠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있다. 공을 칠 때는 집중하게 되고 폼을 하나씩 가다듬고 볼을 쳤을 때 거리감이 늘면 성취감이 있다. 자식과 골프는 내 맘대로 안 된다고 어느 재벌 총수도 얘기했듯 골프는 실력을 연마해도 그날 컨디션이 안 좋으면 멘탈이 붕괴되고 볼이 안 맞는다. 그래서 흔히 골프는 인생과 닮았다고 하는가 보다.


용인지역에 골프장이 부킹 됐을 경우, 타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일찍 출발해서 움직여야 한다. 용인에는 녹지가 많고 골프연습장도 길이가 길고 좋은 시설이 많다. 접근성이 좋은 용인에 사는 특혜로 나는 시간의 여유를 맛볼 수 있다. 골퍼들의 천국, 용인이 좋다. ‘생거이 진천 사후 용인이란 말이 있는데 살아 용인 죽어 용인이란 말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가끔은 저녁을 먹은 뒤 오미자차 한 병을 들고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퍼팅연습장에 간다. 공원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가장 높은 평지에 있다. 그곳엔 정자가 있어서 주변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습하다가 정자에 앉아서 쉬어도 좋은 곳이다.


퍼팅하다가 하늘을 한번 쳐다보면 둥근달이 방긋 웃고 있다. 황홀감이 든다.


홀컵에 들어간 흰 공을 꺼내다가 달을 한번 쳐다본다. 하늘엔 둥근달이, 정자 옆에는 환한 둥근 가로등이, 바닥에는 둥근 홀컵과 흰 공들이 거리 재기를 하고 있다.


다음 라운딩을 위해 오늘도 흰 공과 놀며 땀방울을 쏟는다. 사이다처럼 시원한 저녁 바람이 분다. 용인에 사는 기쁨을 듬뿍 누리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