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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그리움, 그 뻔한 것에 대해ㅣ차주일

그리움, 그 뻔한 것에 대해

                                                         차주일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서면

뒤돌아보는 시야만큼 공간이 생겨난다.

 

부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만큼 팽창하는 영토.

자신을 발견 할 수 있는 유배지.

외곽을 허물어놓고도 자신만 탈출하지 못하는

 

누구도 입장 할 수 없는 성역에

과거로 얼굴을 펼치고

미래로 표정을 그리는 사람은 쉬이 눈에 띄었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내 마지막 표정이 생각나지 않아

내 얼굴에 무표정이 머문다

 

무표정이 진심이라는 풍문이 떠돈다.

 

차주일의 시 속에 출현하는 무표정은 수많은 표정을 숨기고 있는 무표정이다. 그리움과 미련을, 사랑과 파탄을, 삶과 질곡을, 절망과 나락을, 분노와 결기를 안으로 잠근 묵묵한 표정이 그의무표정인 바, 그러므로 무표정이 진심이라고 노래 한다. 무표정은 이 시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비의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는 마음의 소리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거나 그리운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일 것이다. 그리움의 공간은 그리움으로 더욱 팽창하는 영토이거나 그리움으로 가는 유배지여서 탈출 하지 못한다. 그리움은 시간이 이루는 표정이어서 과거의 얼굴이거나 미래의 얼굴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시적 화자의 표정이 생각나지 않아 무표정에 머문다고 노래하지만 무표정은 만감이 담겨 있는 무표정이어서 초월이거나 해탈이 아니다. 자신의 오욕칠정을 비스듬이 바라보는 시선이고 오욕칠정의 변화가 궁극에 무엇으로 머물게 되는지 짐작하고 있는 무표정이다. 시집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