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한일무역 갈등으로 판 키우는 일본


[용인신문] 아베정권은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를 시작으로 갈등의 판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은 수출규제 품목에 우리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생산에 중대한 차질을 주는 분야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에칭가스의 한국수출을 금지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에칭가스를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온 삼성 SK하이닉스 등 관련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아베정권은 상황에 따라 수출규제품목의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후속조치를 시행중이다. 정부는 WTO에 제소하고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는 등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본은 막무가내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723일 발생한 러시아 항공기의 독도상공 비행에 일본은 자국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한국과 러시아에 항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 반일감정은 비등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고 일본의 반한감정도 확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일관계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다. 언론은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태라고 말하지만 상투적인 진단이다. 좋았던 적이 없으니 최악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위안부 문제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핑계이고 속셈은 다른데 있다. 지난 2년간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북미의 협상국면에서 일본의 역할은 미미했다.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협상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정한 역할을 맡기를 기대해왔다.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협상은 지난 6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일단 대화재개의 단초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도 일본은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아베정권은 내심 초조했고 어떻게는 일정한 발언권을 갖기 위한 묘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그 돌파구를 한일무역 갈등을 극대화 시키는데서 찾았다. 북핵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한일갈등이 동북아정세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일본은 중국-러시아의 합동군사훈련 중 발생한 러시아 항공기의 독도상공 침범을 계기로 영토문제를 다시 수면위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일본으로서는 별로 잃을게 없는 꽃놀이패다.


정부는 내심 미국의 중재를 기대했지만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미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이후 항상 일본의 편이었다. 미국이 수수방관 하는 것은 동북아 전략상 필연적이다. 문제는 우리 내부다. 언제나 그랬듯이 일부언론과 야당은 정부의 무능을 공격함으로서 내부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일본제품의 불매운동에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고 동참하는 가운데 한일무역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일본이 한발 물러서서 무역규제를 해제한다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의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에 크게 의존해왔고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전자부문이 전략산업으로 부상한 것이 20년도 넘었지만 핵심부품은 여전히 일본에 의존해왔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대일무역적자는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물론 관련기업도 전략산업의 100% 국산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한다. 한일문제는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갈등관계였다.


박정희 정권시절 한일관계가 좋았던 것은 경제적으로 일본에 예속되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재정립되고 식민지배의 아픔이 해소되자면 우리의 국력이 일본과 대등해져야 가능하다. 남북평화가 정착되고 나아가 통일국가를 이루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동북아 정세는 19세기 중반 이후 열강의 제국주의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갈등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정세의 중심은 미국의 패권전략에 맞서는 중국의 대응이다. 한일문제는 거대양국의 충돌과정에서 파생되는 필연적인 결과다. 긴 호흡으로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고 우리의 힘을 키워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냉엄한 현실이다.

(칼럼니스트 김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