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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내 안의 저녁 풍경ㅣ노향림


[용인신문] 내 안의 저녁 풍경

                                노향림

 

배밭 너머 멀리 저녁 구름이 걸렸다

필라멘트 불빛처럼

역광이 구름 틈새로 새나오고

당신은 아직도 바다를 행해 앉아 있다

등 돌려 텅 빈 독처럼 앉아 있는

당신에게 시간은 저녁을

가득하게 퍼 담고 있어

하얗게 지는 배꽃들이

당신의 발등과 무릎 어깨 머리 위로 마구 떨어진다

바다 위에서는 새들이

한쪽 발을 들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들이 이따금 모래톱을 물고 나는 사이

떠돌던 당신 마음은

어떤 빛일까

밤은 저만치 젖은 날개 터는 소리로

파도 위로 걸어오고

그렇게 당신은

오래도록 생각에 묻힌다

 

노향림의 저녁 풍경은 당신과 바다와 배꽃 지는 일몰의 쓸쓸하고 아득한 풍경이다. 당신은 등 돌려 텅 빈 독처럼 아직도 바다를 행해 앉아 있다.‘아직도라는 표현으로 보아 당신은 아까부터 아니면, 더 오래 전부터 바다를 향해 미동도 없이 앉아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모습이 그녀의 마음의 풍경이라는데 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그녀를 등 뒤에 두고 먼 바다를 보고 있는 당신이 있고, 정처없이 떠돌던 당신 마음은 어떤 빛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바다를 행해 앉아 있는 당신의 발등과 무릎과 어깨와 머리 위로 마구 떨어지는 배꽃, 그처럼 하얗게 지는 배꽃은 상실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바다를 향해 아직도 앉아 있는 당신은, 밤이 저만치 젖은 날개 터는 소리로 걸어오고 있는 시간을 잊고 정물인양 앉아 있다. 그렇게 앉아 있는 당신은, 상실하는 마음의 풍경이어서 아프다. 시집푸른 편지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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