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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원주택에 산다

화가부부의 명작산실, 갤러리 힐링하우스

유영미·유중희 씨 전원주택
(용인 고기동 ‘아트스페이스 류’)












산자락 옆 새 둥지처럼 우묵한 곳에 자리 잡은

2층짜리 전원주택 1층에 차고지와 갤러리

남편 경기대 초빙교수·아내는 관장 찰떡궁합

소박한 작업실 꿈 움터 지금의 집으로 결실


[용인신문] 용인시 면적은 591.32로 서울특별시와 비슷하다. 반면, 인구는 106만 명으로 1/10수준이다. 40만 세대의 시민들이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난 20년간 용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주거 문화다. 아파트가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런데 탈 아파트를 감행, 새로운 삶의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는 전원주택에 산다에서는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추천, 또는 자발적 지원도 환영한다. <편집자 주>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고기동의 ‘아트스페이스 류’. 큰 길에서 바로 보이지 않아 숨어있는 듯한 집. 카페인지 갤러리인지 몰라서 무조건 들어가 봤던 곳인데, 화가이면서 집주인인 유영미 관장의 유쾌한 안내에 이끌렸다. 첫날은 둘러만 봤고, 두 번째 방문 때 비로소 화가 부부인 유영미(53)·유중희(54) 작가를 만났다.

산자락 옆에 새 둥지처럼 우묵한 곳에 자리 잡은 2층짜리 전원주택이 예사롭지 않았다. 일반 전원주택과는 달리 1층엔 작은 차고지가 있고, 그 옆에 갤러리가 있다. 작지만 꽉 차 보이는 갤러리엔 첫 번째 방문 때와는 다른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첫 전시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활짝 열린 갤러리

전시 기획사업은 이들 부부가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현재는 경기도내에 거주하는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하고, 인터뷰를 거쳐 올해만도 5명의 작가를 선정, 벌써 3명에게 전시 지원을 했다. 전시 공간과 도록 홍보까지 갤러리 측이 일체 무료 지원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어렵게 작품 활동을 해왔던 젊은 시절에 대한 또 다른 보상차원이리라. 남편 유중희 작가는 이미 중견으로 경기대 초빙교수다. 유영미 관장 역시 경기대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오래전부터 미술학원을 운영했고, 현재도 경영의 끈을 놓지않고 있는 교육자 부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늘이 있기까지 작가의 길은 지난했다. 그림 그리는 사람에겐 반드시 작업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유 관장.


결혼 후에도 작업실을 무려 열두 번이나 옮겼을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 고기동과의 인연도 작업실 때문이었다. 처음엔 둘의 공동 작업실을 만들었다. 지금은 갤러리 뒤편에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작업실이 따로 있다. 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작품 성격과 주제가 다르다. 솔직히 부부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었지만, 사실상 한 공간에서 작업하는게 여간 부러운게 아니다. 한 살 터울인 이들 부부는 대학시절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었다. 게다가 당시엔 법적으로 결혼을 금했던 ‘동성동본’. 이쯤 되면 반대가 극심했을 것이고, 반발 심리까지 작용해 사랑은 더 뜨거워졌을 것이다. 결국 신부가 26살, 신랑이 27살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런데 막상 출산을 해보니 아이들 이름을 호적에도 못 올리는 가슴 아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인에서 부부로, 이젠 작가라는 이름의 평생 동지로 사랑의 이력을 쌓고 있는 이들의 삶이 남다른 이유다.


유 관장은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대학원 공부를 늦게 했다. 그녀는 최근 물고기를 소재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묵직한 삶을 묘사하고 있다. 반면, 좀 더 스케일이 큰 작업에 몰두 중인 남편 유중희 작가는 돌을 소재로 작품 활동 중이며, 현재 외국 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서로 스케줄이 달라 작업시간도 다르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후학들까지 양성하는 전업 작가의 길은 고되지만 보람차다.


# 화목 난로에 고구마 굽고 와인 한잔

과거에는 고기동이 외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남들은 이곳에 집을 지었다고 하니까 경제력이 부럽다고 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처음엔 전세금을 빼서 컨테이너 작업실 정도만 짓기 위해 공시지가보다 싼 땅이 있어 사게 됐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완성된 집을 지은 것도 아니다. 지금이야 부부동반 모임을 해도 여기서 제일 많이 하게 된다. 그만큼 모두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인들이 오면 화목 난로에 고구마를 굽고, 와인을 함께 마신다. 유 관장은 지인들이 집에 와도 갤러리와 작업실에만 머물다가니 집안 치울 일이 없어 편하다고 귀뜸 한다. 대신 술과 음식을 먹은 후엔 돌솥 밥에 된장찌개를 끓여내는 센스로 만찬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손님접대 노하우를 공개했다.


화가 부부에게 고기동은 소통의 공간이다. 인근 작가들과 교류도 하고, 갤러리 오픈 이후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더욱 반가운 일은 고기동 일대에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 나중에 '(가칭)고기동 아트페스티벌'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보였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들과 지자체의 협조가 전제되어야 겠지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이들은 일찍 결혼해 남매를 두었고, 딸은 벌써 출가외인이다. 그래서 삶의 여유도 빨리 찾아왔다. 아침이면 새장안에 갇혀 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숲속 집. 서울 목동에 살 때보다 학교 강의을 가든 강남과 인사동을 가든 훨씬 가깝다. 덤으로 전원생활과 멋진 작업실까지 있으니 금상첨화인 ‘아트스페이스 류’. 그래서 고기동에 둥지를 틀고 오랫동안 살 계획이다.


낮엔 항상 문이 열려 있고, 갤러리 관람은 무료다. 운이 좋으면 이들 부부의 멋진 작업실까지 엿볼 수 있다. 이들 부부의 사랑과 예술애로 꾸며진 ‘아트스페이스 류’를 또 다시 찾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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