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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어떤 가능성들을 다시 꺼내 올리려는 시도

화제의 책 _ 이은규 시인 두번째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용인신문] 이번 시집 ‘채시’의 흔적 눈길

이상·백석의 시부터 애니메이션

영화 대사까지 넓은 스펙트럼

 

누가/ 봄을 열었을까, 열어줬을까// 허공에서 새어나온 분홍 한 점이 떨고 있다/ 바다 밑 안부가 들려오지 않는데, 않고 있는데// 덮어놓은 책처럼(중략) 슬플 때 분홍색으로 몸이 변한다는 돌고래를 본 적이 있다/ 모든 포유류는 분홍분홍 울지도 모른다// 오는 것으로 가는 봄이어서/ 언제나 봄은 기억투쟁 특별구간이다/ 그렇게 봄은 열리고 열릴 것(하략)

_봄의 미안부분

 

이은규 시인이  다정한 호칭을 낸지 7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문학동네)를 가지고 돌아왔다. 독자들에게 다정한 호칭으로 따뜻하고 애틋한 시세계를 열어 보여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이은규 시인시인의 감성을 관통한 소재와 언어들은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다시 아름답게 태어난다. 마치 언어의 마법을 보는 것처럼. 시인은 두 번째 시집에서도 아름답고 우아한 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번 시집의 특징으로는 채시(采詩)’의 흔적이다. 떠다니는 문장들의 채집, 이상과 백석의 시에서부터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대사에 이르기까지, 사랑했던 이와 사랑했던 작품으로 추측되는 넓은 스펙트럼의 채집 활동이다.


이은규 시인의 시세계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 희미해지는 기억, 무엇보다 그것의 반복에 대한 천착이 이번 시집에서는 시의 소재와 시의 형식으로까지 나아간 대목을 짚어볼 만하다는 평이다.


조대한 평론가는 해설에서 이은규 시의 반복은 단순히 과거의 슬픔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안이함으로 묻어두려 했던 부끄러움과 바다 아래로 갇혀버릴 뻔했던 어떤 가능성들을 다시 꺼내 올리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은규 시인은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6년 국제신문,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다정한 호칭한 호칭이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