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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용인신문] 인정하기 싫겠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늘 알 수 없는 슬픔이 존재한다. 오죽하면 가난한 사람은 여름도 춥다고들 말하지 않는가. 누구에게나 삶이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한 사람이 타인의 삶을 독점할 수 없는 것이다.


먼 길 가는 나그네가 길바닥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는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힘겹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삶이 흘러가는 대로 몸만 맡겨두면 되겠지만 저들에게 흘러가는 그것이 내게도 있었다면 우린 절대로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엄마는 왜 그렇게 사냐고. 엄마가 답한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이렇게 사는 거라고.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숟가락이 존재한다. 금수저와 흙수저가 그것이다. 누구는 부모 잘 만나 그냥 살기만 하면 되지만 누구는 살다 못해 견디고 버텨 봐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금수저들이 서로 잘났다고 머리 터지게 싸우는 중에도 흙수저들은 먹고사느라 슬퍼할 틈도 없다.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하고 자공이 묻자, 공자가 당연히 있지.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말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아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사람을 미워하며, 용맹하기만 하고 예의가 없는 사람을 미워하고, 과감하기만 하고 앞뒤가 꽉 막힌 자를 미워한다.”면서 너도 미워하는 자가 있느냐?”라며 되물으니 , 저도 미워하는 자가 있지요. 겉을 살피는 것을 사람 아는 것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겸손하지 않은 것을 용맹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남의 비밀을 들추는 것을 곧은 것으로 생각하는 자를 미워합니다라고 자공은 대답한다. <논어양화24>.


진나라 시황제 시절에 직하궁의 철인 순자는 공부가 덜된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벼슬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순자의 제자들 가운데 공부가 안 된 사람으로 벼슬과 권력만 추구하다가 저자거리에서 아들과 함께 허리가 잘려죽은 인물이 있으니 제상을 지낸 이사이다. 똑똑 한 것과 공부가 덜 된 것하고는 분명 구분을 해야 한다. 공부가 덜된 똑똑이들이 권력을 얻으면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본성이 드러나게 되고, 이 본성을 가리기 위해서 조자룡 헌 칼 쓰듯 권력을 휘두를 때가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