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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나의 용인은 이렇다

한정우(시인)



[용인신문] 흰 구름이 뒷산 밤 나뭇가지에 걸려 며칠째 떠나질 않는다머지않아 밤송이 벌어지는 소리, 도토리 상수리, 산열매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 산이 후두둑후두둑 소란해 지겠다.


과천 생활을 접고 용인에 든 지가 근20년이 되어가던가. 가뭄으로 속 타던 지난 여름 같았던 용인 살이의 시작이었다.


거센 장맛비 한 번에 지금, 풍만한 가을로 익어가고 있으니, 나 또한 빗물처럼 이곳에 스며들어 튼실하게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용인에서 나고 자라고, 다시 그 자리에서 새 세대를 이룬 원주민들의 끊을 수 없는 지연과 끈끈한 학연으로 얽히고 견고하게 뭉친 사람들.


시내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내가 처음 느낀 처인 사람들이다. 직장 내에서의 호칭도 형, 아우, 선 후배였다. 타지에서 온 나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편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절망한 이유다. 하지만 그 생각들은 처인 사람들에 대한 무례고, 기우였다. 낯설고 어섧던 내게, 주변은 친근하게 와주었고, 소상하고 친절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따뜻한 배려에 용인 사람보다 더 깊이 용인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더 깊이 들어가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학인의 단체인 용인문학회의 발견이다. 문학회의 일원이 되어 시 창작에 몰입하면서 잠자고 있던 내면을 깨우는 것은 전율이고 일종의 환희다. 잠시나마 노동의 시간에서 벗어나 지역문화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인 것이다. 다시 정점으로의 인 것이다.


나는 용인산다. 나의 용인은 이렇다. 내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곳, 노루실 정류장에 걸린 시 '노루실 사람들을 몇 구절을 옮겨 쓴다.

 

노루실 사람들

 

경안천변을 걸어와

무너미 고개를 넘는 사람들

 

고개 너머 노루가 모여 살던 마을

오백년 나이테를 두른 느티나무 아래

노루궁뎅이를 닮은 늙은 여인들이

궁뎅이를 맞대고 살고 있다

오백년 옹이 박힌 손등마다

새순을 틔우며 살고 있다

…… 하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