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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고도 살아남길 바란다면



[용인신문] 계씨 집안의 7대 영주였던 계환자의 아들 계강자는 정치 입문 10년이 흐른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아버지의 정치 동지인 60세에 이른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자는 정치란 바름이다<政者 正也>. 네가 바름으로 솔선한다면<자솔이정子帥以正. 장수 수로 읽지만 때론 본보기 솔로 읽는다.>누가 감히 바르게 행하지 않으랴<숙감부정孰敢不正. 논어 안연편顔淵篇17>”고 말했다.


계강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공자는 사족을 단다. “네가 바르면 백성들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행하고, 네가 바르지 않으면 백성들은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자왈子曰 기신정其身正 불령이행不令而行 기신부정其身不正 수령부종雖令不從논어子路6>. 그러면서 천하에 위나라 영공靈公처럼 쓰레기 같은 자가 또 있으랴라며 분개하니<논어 헌문편> 계강자가 대꾸하기를 그럼에도 위 영공은 임금 자리는 잘도 유지하지 않습니까?”하니 공자가 말한다. “중숙어는 외교를 잘해 무역이 흥하고, 축타는 종묘를 제대로 이끌어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왕손가는 군대를 잘 다스려 국가가 평안한데 임금 자리를 누가 넘보겠는가?” 쉽게 말해서 위 영공은 적재 적소에 맞는 인물을 잘 썼기에 지식인들에게서는 다소 쓰레기 취급당하는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계강자! 너는 그보다 훨씬 나으면서도 어째서 인물을 제대로 쓰지 못해 나라가 이지경이냐?”라는 뼈아픈 지적인 셈이다.


소학집설을 쓴 순안淳安 정유程愈는 협절協切을 말했는데 대민지사협춘풍待民之事協春風 지가지사절추상持家之事切秋霜이라 했다. 백성의 일에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도우며 자신의 집안일에 대해서는 가을 서릿발처럼 끊어내라는 말이다. 복숭아와 오얏은 말이 없으나 그 나무 아래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가담항어가 있다<諺曰 桃李不言 下自成蹊 此言雖小 可以論大也. 司馬遷>. 이 말의 뜻은 작을 수는 있어도 의미는 사뭇 크다. 몸이 바르면 내세우지 않아도 백성이 따른다는 말이다. 거해묘자去害苗者라 했다. 회남자설산훈設山訓에 나오는 말인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밭에 김을 매듯이 잡초만 뽑아내면 된다는 뜻이다. 국민은 안다. 어떤 정치인들이 잡초였는지를. 고래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고도 제대로 살아남은 자 몇이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