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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53

지켜보는 여자와 관찰당하는 여자의 비밀

훔쳐보는 여자

저자 : 민카 켄트 /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



사랑하는 내 딸, 항상 지켜보고 있어. 네 뒷집에서.” 입양 보낸 딸과 그 가족의 일상을 훔쳐보는 여자가 있다. SNS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SNS가 없으면 소통이 불가능한 시대다. 이제는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싸이월드부터 시작된 이런 소통은 진화를 거듭해왔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이젠 유튜브까지……. 한 가지 주목할 건 그 세상에선 모두가 다 행복해 보인다는 사실! 요즘말로 그 세상에서 핵인싸인 대프니의 SNS를 통해 입양 보낸 딸의 행방을 알아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십 대에 낳은 딸, 그레이스를 완벽한 가정에서 자라게 하기 위해 그녀를 입양 보낸 오텀. 딸을 직접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대프니의 뒷집사는 남자 벤을 유혹하여 그 집에 입성하여 날마다 훔쳐보는데, 집요하고도 섬뜩한 오텀의 집착은 끝이 없다. 결국 보모로 대프니의 집을 드나들게 된 오텀. 행복하고 완벽해 보였던 대프니 가족의 실체가 드러난다. 훔쳐보는 여자 오텀도 관찰당하는 여자 대프니도 모두 불행하긴 마찬가지인 사람들. 그 두 여자의 촘촘한 심리 묘사와 오싹함을 느끼게 할 스릴러물의 매력으로 한껏 무장하고서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한다. 근데, 이 책의 묘미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점.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하이라이트로 기다리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행복이 도처에 널려 있는 세상이다. 가짜 오텀이 되어 훔쳐보는 여자가 되어버린 다중인격장애의 섬뜩함도, 또 청부살인이라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되는, “SNS스타대프니의 질투와 분노도 SNS에서는 알아채기 힘들다. 헤어진 후에 전 애인의 SNS를 몰래 훔쳐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단 많단다. 그건 어쩜 찌질함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SNS상의 세상은 다른 법. 그곳은 웃음과 기쁨과 행복을 과시하려고 경쟁하듯 사진과 글을 올리는 곳이 아니던가? 이 책은 그 허구의 세계인 SNS세상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녀사이의 애정이라는 것의 한계치와 유효기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짧은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