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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빛에 관한 연구ㅣ하재연

빛에 관한 연구

                           하재연

 

초가 완전히 녹아버린 후 촛불의 빛은 어떻게 되었는지

일요일의 흰빛이 월요일 쪽으로 사라져갈 때

빛이 사라진 지구가 혼자 돌고 있는 밤을 생각한다.

지구는 그때부터 처음의 방식으로 고독해지겠지.

굿바이,

하고 인간들에게 인사를 하고

정말로 우주적 회전을 하게 될 것이다

 

빛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묻지 않고

빛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연구하는 사람들을

사랑한 적이 있다.

그도 빛과 함께 사라져서,

우주적인 안녕을 해야만 했고

 

나는 다시

먼지처럼

이곳저곳에 묻어 있다가,

쓱 닦이곤 했다

 

흘러넘쳤던 빛의 입자들은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다 생각난 듯 한 번 반짝였다.

그리고 나서는

영원히 보이지 않는 음이 되어

세계의 투명한 공기를 짙게 한다


하재연은 2002년 문학과사회 제1회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시공간 개념을 끊어내고, 그 사이에 벌어진 틈 속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흡수하거나 뒤섞는 것으로 작은 우주를 완성한다. 그녀의 세계에서 안녕을 우리가 본래 알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녀만의 우주적인 안녕이기 때문이다.

하재연이 독자들에게 건네는 안녕은 전혀 다른 의미들을 불러들이며 새로운 이미지들을 품는 시어로 작동한다. 그녀는 쓱 닦이는 존재여서 공중으로 높이 올라갔다가 한번 반짝인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다면 영원히 보이지 않는 음이 되어/세계의 투명한 공기를 짙게할 것이 분명하다. 문학과지성사 간 우주적인 안녕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