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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56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꿈결처럼 아득한 이야기

꿈의 책

◎ 저자 : 니나 게오르게 / 출판사 : 쌤앤파커스/ 정가 : 14,000원

 

 

이 책은 한사람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끝없는 꿈을 꾸는 남자. 혼수상태에 빠진 채 꿈을 꾸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코마는 그리스어로 깊은 잠을 뜻한다. 살아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들에게 듣고 보고 느끼고 있다는 걸, 아니 사랑하고 있다는 걸 전하려 애쓰는 헨리. 그 사랑을 예민한 감각으로 감지해 내는 아들 샘. “아빠는 살아 있어. 다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을 뿐”이라며 독특한 방식의 삶이라고 해서 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에디. 코마상태에 빠진 헨리와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삶과 죽음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헨리 그는 기나긴 꿈을 꾸고 있다. 지나간 날을 꾸기도 하고 다가올 날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한다. 헨리가 꿈의 세계로 들어간 후에도 시간은 흐르고 그를 기다리는 에디와 샘은 안타깝기만 하다. 코마상태에 빠진 환자와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그리워했던 소년. 그리고 기다리는 이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꿈속에 갇힌 한 남자. 꿈속에 갇히고 나서야 사랑하면 말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사랑하는 에디를 떠나고 싶지 않았고 누구보다 아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도 “세상을 보지만 세상을 알지는 못”했으므로 생각과 다른 행동을 했을 뿐이다. 꿈속에서라도 그 간절함을 전하려 필사의 노력을 한다.

가끔 죽은 사람을 꿈에서 만난 적 있을 것이다. 깨어난 뒤 먹먹함에 울어본 적도 있을 것이다. 꿈에서 그 사람은 자신이 죽은 걸 모르는 게 대부분이다. 나만 알고 있는 그 사람의 죽음이 안타깝고 아프다. 하지만 꿈속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게 된다. 의학적으로 코마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멋진 미래를 꿈꾸며 사랑하길 원하고 있다는 걸. 이제 꿈에서 만나는 죽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준비 되셨는가? “삶과 죽음 사이에는 우리가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