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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복을 나눠주고 싶어요”

용인의 문화예술인 1. 서양화가 김영란

 

 

아름다운 전통·문양·조화로운 색감·화사한 꽃 조화
화폭에 행복 가득 부모들, 딸에게 ‘예단 선물’ 인기

 

[용인신문] “삶 자체가 그림이잖아요. 삶에는 고뇌도 있어야 하지만 행복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림으로 행복을 표현할 수도 있고, 고뇌를 표현할 수도 있지만 난 행복을 그리고 싶어요.”

 

서양화가 김영란씨의 작품은 기분 좋아지는 설레임이 가득한 그림이다.

 

혹자는 감성이 솟구친다고 말한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림.

 

그녀의 작품은 조선왕실의 장신구, 한복, 그리고 규방공예 등에서 빌어 온 아름다운 전통의 문양과 조화로운 색감으로 충만하다. 거기에 그녀가 30여년을 그려온 화사한 꽃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부귀와 영예가 가득하다.

 

복을 부르는 그림.

 

최근 그녀의 그림은 혼사를 앞둔 딸에게 주는 부모의 예단 선물로 인기가 높다. 기업체에서도 그녀의 그림을 찾는 일이 많다.

 

누구나 그림을 보면 소장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만드는 그림.

 

그녀는 처음에 꽃을 그렸는데 차츰 전통문양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들꽃화가로 불리던 그녀는 어느덧 조각보, 골무, 댕기, 한복과 같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그림에 배치해 나가기 시작했다.

 

요새 그녀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꽃이 어우러지는 콜라보 작품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전통 문양은 대체로 복을 염원하고 있어요. 현대인이 원하는 게 복된 삶이잖아요. 그림으로 복을 나눠주고 싶어요.”

 

그녀는 “전통이 있어 현대가 있는 것처럼 수국이나 작약과 같은 꽃도 다시 피어나고 또 다시 피어나는 순환성이 있어요. 저는 1년초는 잘 안그려요”라며 두 소재의 공통분모인 영원성과 자연성이 콜라보의 본질임을 설명했다.

 

올해는 빨랫줄에서 하얗게 휘날리는 이불보와 전통 문양의 보자기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꽃을 화폭에 담아나갈 계획이다.

 

“어렸을 때 툇마루에 앉아서 마당을 바라보면 어머니가 심어놓은 꽃들이 햇빛 비치는 이불보에 투영돼 너울거리던 기억이 떠올라요. 올해는 풋풋하고 뽀송뽀송했던 이불보의 기억을 접목시켜 볼 생각이에요.”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고 벚꽃이 하얗게 흩날리는 뒤로 하얀 옥양목이 너울거리는 그림은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렌다.

 

곧 일본에서 서양화가 김명식씨 등과 초대전을 갖는다. 수채화가로는 김영란씨가 유일하게 초대받았다. 일본에 우리의 전통문양과 뽀얀 이불보를 소개하는 좋은 기회다.

 

지난해 제주아트페어에 초대받은 수채화가도 김영란씨가 유일했다. 마루갤러리 초대전에도 유일하게 수채화가로는 김영란씨가 초대받았다.

 

수채화가가 많지만 김영란씨가 유독 주목을 받는 것은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은 누가 봐도 알아볼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다.

 

테크닉이 끝난 후에 진정한 회화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테크닉만 뛰어난 비슷비슷한 작품을 뛰어넘는 그림 세계.

 

그녀는 제자들에게도 테크닉을 넘어서는 그림을 그릴 것을 주문한다. 그녀는 용인에서 그림을 그린지 33년이 됐다. 그리고 22년째 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제자만 해도 100명이다. 그 제자들이 대부분 22년이 됐다. 해를 거듭하는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자신도 배웠다.

 

아가씨 때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자녀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도 그녀에게 그림을 배우러 오는 제자. 부산에서 오가기 불편해 아예 아파트를 얻어놓고 그림을 배우는 제자까지 원근각지에서 김영란을 찾아오는 제자로 늘 북적인다. 주부, 미술학원 원장, 학교 교사부터 홍대 미대 대학원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수채화를 배우는 층이 다양하고 제자 중에는 유명 인사들도 많다.

 

물맛과 투명성을 배우고, 그 위에 색감을 얹고, 꽃을 그리고, 꽃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오랜 시간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오는 제자들. 이들은 이제 한국미협의 작가가 됐다. 모두 나름의 경지에 올랐다. 그만 배워도 되련만 배움의 붓을 놓지 않는다.

 

김영란 작가와 삶을 공유하고 예쁜 대상을 화폭에 옮기는 감사함을 공유하면서 익어가는 사람들.

 

“수국을 그리다보면 색의 변화가 미묘합니다. 수국은 꽃 자체가 연두에서 핑크로, 그리고 보라로 색 변화가 있어요. 제 그림도 푸른색에 오페라 핑크를 섞으면 예쁜 보라로 변합니다. 인간의 삶과 삼라만상의 변화가 비슷한 것 같아요. 삶도 푸른빛이었다가 붉은 빛이 되고, 밝다가 어둡고, 기뻤다가 슬퍼지는 항시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