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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60

우리 삶을 읽는 궁극의 메타포

오빠 알레르기

◎ 저자 : 고은규 /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2,800원

 

 

우리 주변에 “오빠”가 아닌 오빠들이 정말 많다. 학교 선배를, 회사 동료를,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여자들, 그리고 그 “오빠”라는 호칭을 대놓고 혹은 속으로 좋아하는 남자들.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서나 일어날 것 같은 사건과 사연들, 그 주인공이 나였을지도 모를, 그리고 앞으로 나일지도 모를 그들에게 격한 공감을 하며 통쾌하다가 분노하고 울다가 웃게 될 이야기들. 풍자적 유모로 개인의 심리적 외상을 “웃프게” 그려낸다는 작가 고은규가 말하는 “오빠 알레르기”란 대체 무엇일까? 스스로 꼰대임을 인정한 중년의 여자가 “오빠”에 히스테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사연은?

 

대학 때 사귀던 은수를 “오빠”라고 했다가 여자선배 소영한테 화장실로 끌려가 뺨까지 맞게 된 주인공. 하지만 둘이 있을 땐 “오빠”, 남들이 있을 땐 “선배”로 부르라는 이율배반적인 주문을 하는 은수. “오빠”라고 부르면 이상하게 보호해주고 싶고 잘해주고 싶고 힘이 세지는 것 같다나? 그 와중에 은수와 소영의 동거 사실을 알게 된 그녀에게 “오빠 알레르기”가 생긴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소영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오빠”를 남발하는 나이어린 예비신부를 멋쩍게 소개하는 은수.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제목과는 달리 어둡고 깊은 곳에 방치된 듯한 주인공에게서 “우리 삶을 읽는 궁극의 메타포”를 찾아보자.

 

“형”이란 말에 질색하는 남자들을 심리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한번만 “오빠”라고 불러 보라고 애원에 가까운 부탁을 하는 남자들, 오빠로 불리고 싶은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여! “오빠”란 단어가 주는 성적불평등에 대한 낮은 인지가 어쩌면 남자인 당신들에게 “미투”라는 화살이 되어 날아갈 수 있으니 너무 좋아하지도 집착하지도 마시기를!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한 이름을/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오빠라는 말로 한 방 먹이면/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꽃이 되지 않으리 - 문정희 시인 <오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