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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리 마을 풍경 부활 소망"

용인의 문화예술인 3. 문화기획가 조두호

 

 

 

 

 

 

[용인신문] “기억의 몽타주 작업을 통해 수몰된 어비리 마을의 풍경을 재현하고 싶습니다.”

 

어비리의 잊혀진 기억을 복원하라. 어비리 기억 프로젝트.

 

만약 이런 기획이 성사된다면 거대한 어비리저수지(이동저수지) 수면 아래 가라앉은 어비리 마을의 실체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말만 들어도 얼마나 흥분되는가.

 

현재 어떤 현실적 계획도, 추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어비리 마을 재생의 꿈이 이뤄진다면 용인의 대단한 문화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생각해낸 사람은 조두호 문화재생기획가다.

 

그는 문화인류학 박사이자 수원미술전시관 학예연구팀장을 지냈고 수원시어린이미술체험관 총괄기획, 수원시 생태미술관 총괄기획, 서울, 안양, 군포, 양주 등의 문화재생 프로젝트를 다수 총괄 기획했다. 현재는 포천의 문화재생 기획 총감독을 수행 중에 있다.

 

그는 2016년에 처인구 이동읍 어비리 저수지 뚝방 바로 아래에 있는 밭을 사서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을 짓고 둥지를 틀었다. 미술관인 아트스페이스 운영을 위해 바로 옆에다 갤러리 카페 어비움을 지어 그 수익금으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적으로 사비로 문화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인류학자인 조 대표는 개관 초기 인류 및 문화예술의 발상지인 아프리카를 미술관 전시 컨셉으로 잡고 아프리카 관련 작업을 하고 있는 개인 및 단체를 섭외해 무료로 전시 기회를 제공해왔다. 현재는 우리나라 1세대 종이모형 전개도 디자이너 장형순씨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어비리에 자리잡고 ‘기억 프로젝트’
물에 잠긴 삶의 터전 아픈 기억들
문화의 사각지대 ‘복구작업’ 앞장

 

그가 어비리에 터를 잡게 된 이유는 순전히 용인의 변방이라는 점과 저수지 뚝방의 끌림 때문이었다. 문화재생 기획자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뚝방은 문화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맘에 들었다.

 

“공간 자체를 지역 공동체의 좋은 자원으로 활용해 문화공간이나 현장으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던 거죠.”

 

뚝방에 동네 사람들과 올라가서 함께 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또 변방에 터를 잡은 이유는 흔히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어비리는 용인쪽 보다는 안성, 평택, 오산, 화성 경계에 있고 생활권도 그쪽이다보니 마을이 협소하고 문화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용인의 소외 지역이다.

 

조두호 대표는 “주민보다는 외지에서 별장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 애향심을 기대하기도 힘든 편이고, 심지어 저수지가 위치함으로써 이동읍의 핵심 지역인 송전(어비2리)에서도 뚝 떨어져 버림받은 곳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조두호씨는 이장과 동네 어르신들을 구술하면서 소외보다 더한 마을의 아픈 역사를 알게 됐다.

 

어비리는 바로 어비리 저수지를 조성할 때 수몰된 지역인데 그 과정마저 놀라웠다.

 

“1964년 어느날 갑자기 동네에 물이 차오르면서 마을이 수몰돼 주민들은 피난하듯 보따리를 챙겨들고 뿔뿔이 흩어졌다는 겁니다.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쫒겨나다시피 안착한 곳은 산 아래 자투리 땅. 간신히 작은 텃밭을 일궈 현재까지 지탱해온 주민들의 삶 속에는 아픈 기억이 두껍게 가라앉아 있는 것이죠.”

 

당연히 수몰 지역에는 멋진 기억도 있다. 마을 가운데 내가 흐르고 그 옆에 큰 풍차가 있어 일찍이 발전기를 돌려 밤에 전깃불이 환하게 들어왔던 곳임을 어르신들은 회상하고 있다.

 

조두호 대표는 “어비리에서 좀 더 본질적인 문제,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인문학적인 성찰을 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비리는 수십년간 용인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없던 곳이다. 문화복지 사각지대로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용인시민한테 공감대를 형성시켜야 한다. 지역 역사를 찾아내고, 지역인의 삶을 보존하고, 문화적 복구 작업을 통해 없어졌던 퍼즐을 찾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에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프로젝트 결과물과 어르신들이 쓰던 근대 유물을 전시하는 일련의 작업이 이뤄지면 용인시민들이 전시 공간 왔을 때 그 안에서 누군가 이 공간에 살고 있었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개발 논리에 의해 땅을 파버리고 건물을 짓는 게 사회적, 환경적, 정치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알잖아요. 이런 프로젝트가 하나의 진한 울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용인시민이 여기는 어떤 곳이고 주민의 입장에서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 없는 대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