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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내 마을영화제’의 기적

용인의 문화예술인 8. 이선경 예술플랫폼 꿈지락 협동조합 대표

 

    

 

    

 

     

 

    

 

[용인신문] 영화의 꽃비로 마을 공동체를 무럭무럭 성장시키고 있는 예술플랫폼 꿈지락 협동조합 이선경 대표. 이 대표는 수지구 동천동에 동네 주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머내 마을영화제의 토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일단 120명의 동네 주민들로 이뤄진 엄청난 스텝진이 참여한 머내 마을영화제는 어마어마한 참여성 그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성공이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동네 주민들의 새로운 1년은 영화제로 설레고 영화제로 살맛난다고 해도 무방해 보일정도다.

 

한 동네를 움직이는 머내 마을영화제는 용인을 대표하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놀라운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제.

 

이선경 대표는 올해는 큰 에너지를 조금은 잠재우고 규모를 줄여 영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영화제를 구성하는 행사 하나하나의 규모가 엄청납니다. 예산도 부족하고, 참여자들이 아마추어인데다 모두가 자원봉사다 보니 여건에 맞는 영화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사실은 규모를 줄일 요량이었다. 1회 행사에도 80여명의 동네 스텝진이 너도나도 참여하면서 엄청난 열기에 모두가 기쁘게 영화제를 치렀지만, 두 번째 행사는 규모를 적정하게 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본인 스스로도 그렇고 동네 주민들의 열정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었겠는가. 행사는 더 커졌다.

 

3회째인 올해도 어찌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냉정해지기로 작정했다.

 

머내 영화제 시작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선경 대표는 이우학교 학부모였던 인연으로 마케팅 기획 전문직을 그만두고 강남에서 동천동으로 이사 왔다. 이제부터 맘껏 놀것이라는 목표대로 놀거리를 찾았다. 놀거리를 찾다가 놀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80년대 학번이다보니 전투적으로 살았고, 연이어 워킹맘으로, 사회생활의 리더로 억눌린 책임감의 연속적인 삶 속에서 내 안의 눌려진 본성을 일깨우고 향유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습니다. 그게 춤이고 그림이고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장르를 찾았다. 춤을 추더라도 커뮤니티 댄스를 시도했다. 현대무용의 한 장르인 커뮤니티 댄스는 몸의 흐름에 따라 내 몸을 느끼고 나와 교감하면서 타인과도 교감하는 춤이었다. 단순하게 외워서 추는 춤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형태의, 참여하고 소통하는 형태의 춤. 미술도 그랬다.

 

당시 놀면서 동아리를 많이 만들었다. 어느새 춤, 역사, 영화 등 동아리를 5개나 만들었고, 이는 곧 협동조합 꿈지락으로 발전했다.

 

2016년 동천동 이사와 놀거리 궁리 결실
춤·영화 등 동아리 모태 ‘협동조합’ 탄생

 

2016년에 협동조합준비에 들어가서 2017년에 설립했다.

 

마을의 예술 생태계를 회복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영화제 시작은 주민센터에서 함께 보는 영화로부터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영화를 볼 수 있는 마을극장 머내극장을 열었어요. 한 달에 한번 영화를 보았는데 멤버 중 영화감독이 영화제도 가능하다는 말을 했어요.”

 

곧 영화제를 하기 위해 집행위원회를 모집했다. 집행위원 10명은 예사롭지 않았다. 권철인 감독부터 연출인, 광고인, 언론인, 한의사, 문화기획자, 예술교육가 등 전문가들이 모였다.

 

영화 선정부터 진행, 개막공연, 부대행사, 홍보, 레드카펫 준비 같은 회의가 진행됐고, 동천 마을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자가 모집되고 연결돼 전 과정을 주민 손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40여개의 동천동 단체, 동아리 등이 참여했다.

 

새로운 문화예술 컨텐츠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주민 주도적으로 영화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는 독특한 마을축제의 하나로 머내 마을영화제가 꼽힌다.

 

초가을이면 목양교회, 느티나무도서관, 이우학교, 동천동주민센터 등 마을 곳곳에서 영화제가 열린다. 머내는 동천동의 옛 지명이다.

 

마을 무비큐레이터들이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영화, 좋은 영화지만 인지도가 낮은 영화 위주로 선정한 영화를 상영한다. 2회 개막공연에는 마을의 여러 동아리들이 참가해 연극, 춤, 노래 등이 어우러진 시네마 퍼포먼스를 펼쳤다. 모두 아마추어였지만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주민들이 만든 영상도 상영했다. 1분 영상 프로그램이었는데 호응이 높았다. 얼굴을 아는 주민들이 영상에 나오니 모두 즐거워했다. 공감이 컸다.

 

그냥 와서 보는 제 3자로서가 아니라 포스터 하나라도 붙이고 뭐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배분해 내가 주인공인, 내가 만든 영화제가 될 수 있게끔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영화제. 돈을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남녀노소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자는 게 기본 철학이다.

 

영화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자는 머내 마을영화제.

 

올해는 크리에이티브하고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영화제를 열 계획이다. 영상 제작을 보다 심화시켜 만들어볼 생각이다. 청년들을 좀 더 참여시킬 생각이다. 젊은 세대가 영상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영상제작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을 놀게 하려면 돈이 있어야겠죠. 그냥 놀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어려움이 따릅니다.”

 

협동조합 꿈지락은 또 하나의 꿈이 있다. 청소년을 문화기획자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청소년, 하나하나가 성장해서 이런 예술을 널리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3만불 시대잖아요. 문화예술의 향유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 이를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문화예술이 나를 표현하고 내가 참여하는, 수준의 높낮이가 필요 없는, 시민예술 영역으로 확장되는 시대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