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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선조들의 빛나는 청동기 유물 ‘완벽 재현’

용인의 문화예술인 15. 이완규 주성장

 

 

상원사종 밀랍주조법 절반 크기 되살려
석굴암 부처·조선시대 악기 편종도 부활
재현박물관 만들어 체험·학습공간 소망

 

[용인신문] 우리나라 고대 청동기시대의 불가사의였던 다뉴세문경 재현에 성공한 이완규 주성장(본지 1245호 13면)은 다뉴세문경 외에도 모든 시대에 걸친 청동 유물의 비밀을 푸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종소리로 KOREA BELL이라는 학명이 붙은 신라 범종 가운데 한국종의 효시로서 어머니종으로 불리는 상원사종(국보 제36호)을 밀랍주조법으로 1/2 크기 재현에 성공했다. 또 영혼을 뒤흔드는 소리인 신라시대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1/5 크기 등 다양한 범종 재현에 성공했다. 신라범종은 일정한 소리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되살아나는 맥놀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외적 선의 아름다움과 음향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킨 최첨단 과학기술이다. 성덕대왕신종과 상원사 범종 원형 복원이 꿈이다.

 

석굴암 부처의 비대칭 얼굴을 청동 재료로 1/2 크기 재현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좌우대칭 얼굴이지만 석굴암 부처님은 좌우 얼굴을 비롯해 어깨선도 다르다.

 

조선시대 악기인 편종 재현에도 성공했다. 중국처럼 종의 크기를 달리하는 게 아니라 같은 크기의 종을 오로지 두께 차이로 음계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특히 이완규 주성장은 기술적 재현뿐만 아니라 청동기시대 유물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기존 학계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선 다뉴세문경을 권력자의 상징물로 여기는 기존 학설과는 달리 전쟁시 신호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루미늄, 은, 거울, 다뉴세문경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 다뉴세문경에 빛을 비추었을 때 가장 밝게 빛나고 멀리까지 뻗어나갔다. 밤에 모닥불을 반사시켜 탐조등처럼 이산에서 저산으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청동기시대 유물인 비파형동검, 간두령, 팔주령, 쌍두령, 농경문 동기, 검파형 동기, 방패형 동기 등 청동기시대 유물의 용도에 대해서도 학계의 기존 주장과는 다른 견해를 펴고 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제사 의식용, 무속용으로 간주하지만 그는 이들 역시 전쟁 무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잡이가 없는 비파형 동검을 쌍골죽에 끼워 조립하게 되면 엄청난 필살의 무기로 둔갑한다.

 

비파형동검은 슴베(자루에 박는 부분)가 짧고 슴베에 홈이 파여 있어 이 홈에 명주실을 감아 칼자루로 활용하는 쌍골죽 뒤로 빼내 제비꼬리형 조임 동기에 묶고 조이게 되면 탄력성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때 함께 조립되는 나팔형 동기는 현재 학계에서 말 장식이나 말 머리에 붙여 적을 공격하는 무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검 조립시 칼 앞자루로서 손을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용도로 보고 있다.

 

나팔 안쪽 양쪽에 각각 2개씩 4개의 돌기는 동검을 끼웠을 때 움직이지 않게 하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홈에 비파형 동검을 끼우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칼 한자루로 남아프리카를 단기간에 평정한 줄루족의 줄루검과 비슷하다.

 

조선세법가 안편노씨와 실험한 결과 중국검이나 일본도로는 조선세법 검세대로 치기와 찌르기, 베기 등을 할 수 없지만 비파형동검은 이를 완벽히 수행했다. 또 세계에서 가장 강한 칼날로 여기는 일본도는 짚단 수평 베기가 힘든 반면 비파형검은 이를 단칼에 베어버릴 뿐만 아니라 일본도는 대나무나 짚단을 벨 때 손목에 가해지는 충격으로 서너번 베기도 힘든 것과 달리 전혀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탄성을 자랑하고 있다.

 

간두령의 경우도 밑 부분의 둥근 테두리가 마치 칼날처럼 날이 서 있으며 강력한 봉 무기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 했다. 양쪽 끝에 간두령을 달면 적의 급소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간두령 방울 소리는 딸랑거리지 않고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적에게 겁까지 줄 수 있는 무기로 추정된다.

 

어딘가에 매달 수 있는 고리가 달린 팔주령의 경우도 무속 도구가 아니라 가슴에 매다는 방패역할을 했거나 말 장식으로 봤다. 말에 팔주령을 달고 달리게 되면 윙윙거리는 소리로 천군만마의 심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주물공장을 차려 사업에 몰두하던 이완규 주성장은 1992년 중국 심양박물관 초청을 받았다.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가 봤더니 우리나라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비파형동검이 깨지고 부러진 것까지 마대자루에 몇 자루씩 쌓여 있었다.

 

그곳에서 검의 실체를 알게 됐다. 청동검은 3000여년 전 요령, 북경, 산둥반도,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를 지배한 고조선의 최첨단 무기였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개 발굴 안되기 때문에 권력자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심양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투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던 무기라고 했다. 요령지역에서는 땅만 파면 조선검이 나올 정도로 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동검이 비파를 닮았다고 해서 중국 악기 이름을 따서 비파형 동검이라고 칭하지만 당시 심양 박물관에는 조선검(요령식 동검)이라고 씌여있었다.

 

그들이 청동검을 조선검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합금 성분이 중국과 다르고 칼날과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 조립하는 점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완규 주성장은 “역사의 왜곡은 고조선 역사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지적 호기심은 학자에게만 있지 않고 장인에게도 있다. 재현박물관을 만들어 학생들이 체험하고 공부하게 해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의 위대성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