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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공존보다 중요한 안보는 없다

김민철(칼럼리스트)

 

향후 2년도 남지않은 문재인 정부 ‘최대 숙제’
임기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승부수 던져야
미국 거부하더라도 정면돌파 의지·방안 시급

 

[용인신문]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국민은 한반도 평화가 성큼 다가왔다고 믿었다.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북한에 적대적인 정파와 일부 언론은 비관적인 입장을 고수했지만 거의 대다수 국민이 안도했고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부터 한반도정세는 다시 긴장의 고착상태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틈나는 대로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보냈지만, 적극적 호응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북한은 금강산 개별관광 개성공단 재가동 등 정부의 제안에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은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명의의 발표가 있었던 직후 3일 만에 북한은 전격적으로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통일부와 국방부에 이어 청와대도 비난 성명을 내는 등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다음 순서는 예고한 대로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전진 배치하는 것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통해 예상을 깨고 군사행동의 보류를 지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남북관계는 파국 직전에서 멈추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강공책으로 나오자 일부 정치인은 한국도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3년간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맹비난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쉬운 주장은 북한을 비난하는 것이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신중해야 한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별의별 주장을 다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우선적으로 그동안 펼쳐온 대북정책이 북한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북한이 간절하게 바라는 경제제재 완화와 남북경제교류의 확대에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북한을 70년간 봉쇄해왔다. 미국이 지구상에서 특정 국가를 이토록 장기간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봉쇄한 예는 찾기 어렵다. 미국에 인접한 쿠바는 1959년 혁명 이후 61년간 철저한 고립과 봉쇄정책에 시달리고 있고,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1년간 가혹한 경제제재로 고통받고 있다.

 

1945년부터 1975년까지 무려 30년간 제국주의 프랑스와 미국에 맞서 해방전쟁을 벌여 승리한 베트남을 비롯하여 인접국인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인도차이나 전쟁 종전 이후 미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미국이 틈만 나면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쿠바도 오바마 정부 말년에 국교를 정상화했다. 트럼프가 전임 정부의 국교 수립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으로 일관하여 경제제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쿠바는 엄연히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나라다.

 

정부가 북핵 문제를 낙관했던 이면에는 미국을 움직여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 수 있다고 섣불리 판단한 희망론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만 잘 설득하면 북핵 문제의 해결은 물론 북한이 간절히 소망하는 경제제재의 완화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 같다. 지난 일이지만 이것이 실책이었다. 미국의 본질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공개되어 미국 정치권을 이전투구의 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존 볼턴은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비화를 폭로하여 트럼프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전쟁광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순전히 존 볼턴 때문이라고 반격했다.

 

트럼프가 볼턴을 비난하는 논거는 그가 북한 핵의 해법은 ‘리비아’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다. 존 볼턴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핵심인물의 한사람이다. 당시 부시행정부 국무부 차관이었던 존 볼턴은 국방부 부장관 폴 월포비츠와 함께 네오콘의 핵심인물로 무조건적인 이라크 침공을 주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네오콘의 원로그룹인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이 실권을 쥐고 있던 워싱턴 정가에서 바지사장 취급을 받았다. 뉴욕 무역센터가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붕괴되고 3천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수사당국이 발표하자마자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기정사실로 했다. 미 의회는 압도적으로 전쟁을 지지했다. 전쟁에 반대하면 반역자 취급을 받을 만큼 미국의 분위기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응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대규모 생화학물질을 증거로 확보했다고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이것은 날조된 것이었다. 존 볼턴은 바로 미국의 추악한 침략전쟁계획을 주도하고 집행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상 1급 전범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다. 트럼프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존 볼턴이 북핵 문제에 강경일변도였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문제는 앞으로 2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동안 어떻게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인가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이 진정으로 바라는 일부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같은 형식적인 교류방안을 넘어선 북한에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미국이 거부하면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뚫고 남북공존의 길을 관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국제사회에 남북경협을 민족 내부교류로 인정받는 전 방위적 외교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UN이 영원히 미국의 독무대일 수는 없다. 민족의 공존과 남북평화보다 한미군사동맹이 더 중요한 정치인이 있다면 마음속의 조국인 미국에 가서 새 출발하기를 권고한다. 독일통일 전 서독은 미국의 집요한 방해 공작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동독을 지원했고 동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미국과의 군사동맹은 유한하다. 반면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는 엄연한 사실은 영원하며 무한하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대통령과 여당에 압도적 의석을 준 것은 남은 2년 한반도 평화정착에 진력하라는 주문이다. 즉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평화를 정착시키라는 간절한 명령인 것이다. 남북평화공존보다 더 확실한 안보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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