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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문화유산 산책

코로나로 병든 세상도 치료해 줄까?

1. 용인 미평리 약사여래불

용인미평리약사여래입상(龍仁彌坪里藥師如來立像) : 경기도문화재자료 제44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미평로 81번길 58-16

 

“병 치유 기원하면 약을 내려준다”… 긴 세월 동고동락

 

[용인신문] 비티에스, 영화 기생충 등 문화 산업의 위력을 실감하는 요즘, 각 지역마다 지역을 소재로 한 콘텐츠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 문화산업은 삶의 터전에서 비롯되는 실로 다양한 자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용인은 문화유산의 보고라고 할 정도로 문화유산이 많은 지역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가미된 콘텐츠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면서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처음 착륙한 지 막 1년이 됐다. 여전히 온 국민이 바이러스와의 전쟁 한 복판에 서 있는 요즘, 중생의 신체적 질병과 정신적 괴로움을 약사여래입상에 빌어 소멸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삼면 미평리 마을회관 뒤편으로 돌아가면 고려시대 불상인 용인미평리약사여래입상이 밭 주변에 우뚝하게 서있다. 이 마을은 미륵불이 서있다고 하여 ‘미륵뜰’로 불리고 있다.

 

마을에서는 이 약사여래입상에게 병을 치유해 달라고 기원하면 약을 내려준다고 하여 오랜 세월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이 석불은 의왕불(醫王佛)로도 불린다.

 

불교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계를 의미한다. 아픔을 치유해주는 약사여래불이 있어 사바세계의 고통을 참고 견뎌내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약사여래입상은 멀리서 볼 때와 달리 가까이서 보니 높이가 거대한 석불이어서 매우 신기하고 흥미롭다. 입구에 세워져 있는 문화재 설명서에 높이가 4.3미터에 이른다고 표기돼 있다.

 

재질은 화강암이다. 화강암은 우리나라 도처에 흔하게 있는 덕에 우리나라는 석조문화의 나라다. 목재는 불에 타는 등 쉽게 사라질 수 있지만 돌은 그보다는 사라질 위험성이 적은 덕에 지금까지 온전하게 우리 곁에 남아 고려 이래 민초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석불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약사여래불은 용인 최대 규모 크기의 석불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져 긴 세월 동안 이 곳에 서서 마을 민초들의 삶을 살폈을 것이다.

 

미숙한 조각으로 비치는 개성적이고 소박한 인상의 얼굴은 몸체에 비해 크다. 신체 비례나 사실적 표현을 무시해 가늘게 조각된 팔, 특히 몸체와 동떨어져 놓여있는 발이 인상적이다.

 

불상 앞에는 자연석으로 된 불단이 있다. 그리고 불상 주변에 돌기둥이 있어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불은 거대한 하나의 돌로 만들어졌으며 머리 위에는 다듬지 않은 둥글고 넓적한 돌을 올렸다.

 

목에는 3줄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새겨져 있으며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은 넓은 U자형의 주름이 흐르고 있다. 양 손은 가슴에 놓여 있는데, 왼손에는 정병을 들고 있다. 원래 병은 관세음보살의 지물이지만 불상이 정병을 지니는 예도 있으며 약사여래불로 불리는 이유라고 표지판에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