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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이제 그만… ‘생처분’이 필요하다

LOCAL FOCUS _ AI 살처분 논란

 

용인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수백만 수 ‘매몰처리’
과도한 예방적 조치 축소하자는 국민청원도 ‘등장’
동물단체·수의사 “AI 근본대책은 예방 백신 도입”

 

[용인신문] 동물학대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예방적 살처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논란은 소와 돼지 등에 발생하는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가 발생할 때마다 제기돼 온 문제임에도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해 생겨났다.

 

정부는 구제역에 대해선 예방 백신을 시작했지만, AI는 현재까지 ‘예방적 살처분’이 최선의 방역책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동물복지단체와 수의사들은 ‘비과학적인 동물 대학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 학대의 표본인 ‘예방적 살처분’은 정부의 실패한 정책으로, 동물에게도 사람처럼 ‘예방 백신’을 도입하라고 촉구 중이다.

 

최근 경기도와 동물보호단체, 경기도수의사회 등은 지난 20일 0시 현재까지 용인‧여주·안성 등 9개 시·군에서 AI가 발생, 83개 농가에서 가금류 688만 6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중 61%인 424만 8070마리(65개 농가)는 AI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예방적 차원에서 매몰 처리됐다.

 

#용인시도 잇단 살처분 재앙

용인시는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AI 확진으로 8개 농가에서 닭 81만 9571마리가 설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는 처인구 백암면 지역에서 AI가 발생, 정부 지침에 따라 해당 농가와 인근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됐다. 시와 중수본은 지난 달 20일 문제의 농장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 19만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산란계가 생산한 식용란 90여만 개와 사료 50톤도 매몰 처리했다. 다음 날인 21일에도 해당 농장 반경 3㎞내 3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10만여 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종오리 농가에서도 AI가 발생해 43만 1000여마리를 살처분한바 있다.

 

또 다시 지난 달 29일엔 예방적 살처분의 부당성에 대해 국민청원을 제기했던 처인구 백암면 청려원 농장에서 산란계 16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농장은 설처분을 제외해 달라는 민원을 경기도에 냈지만, 농림부가 원칙론을 내세우며 불가통보 했다. 이후 용인시와 해당 농가와의 협상을 통해 농가에서도 살처분에 동의했다. 

 

청려원 농장 김영식 대표는  “2018~2019년 2년간 24억 원을 투자해 AI 차단 방역 설비를 구축하고, 용인시와 경기도로부터 선진방역형 동물복지 농장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의 지침상 어쩔수 없이 예방적 살처분에 희생당한 셈이다.

 

따라서 지난 연말부터 현재까지 용인시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87만 여 마리다. 그럼에도 시 측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해당 농장의 반경 10㎞ 이내 가금농장에 대해서 30일간 이동을 제한하고, 일제 검사 실시와 용인 전 지역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7일간 이동제한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결국 도미노식으로 N차 피해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용인지역 가축사육농가 현황을 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닭이 150가구 350만 8973수, 돼지 157농가 20만 7039두, 젖소 38농가 2727두, 한육우 242농가 1만1464두다.

 

#근본 방역대책은 사람처럼 ‘백신’

정부는 2018년 살처분 지침을 강화하면서 전염병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기존 500m에서 3km내 농장으로 확대해 살처분 하도록 했다. 따라서 그동안 철저히 방역을 준비해온 축산농가들조차 강제 매몰처리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에 한국동물보호연합회와 수의사협회 등은 정부의 새 방역지침 중 “예방적 차원의 무조건 살처분이 과연 유일한 해법"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3년 국내 AI 발생 이후, 1억 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땅속에 묻혔다”면서 “현행 예방적 살처분 방식은 비과학적인 ‘동물 대학살’이자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과학적이고 정교한 분석을 기초로 살처분은 발생 농장 위주로 진행하되 근본적인 대책으로 코로나 19 또는 구제역 백신처럼, AI 예방백신을 도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1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인증 조건에 맞춰 가금류를 사육하는 친환경농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육계와 산란계를 구분해 백신 접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도 담당부서는 현재의 살처분 규정에서 농물복지농장 등은 예외로 인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고, 가금 종류에 따라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