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심어도 되겠지
심을 수 있는 마당
새로운 날씨가 된다면
새로운 곤충이 온다면
심을 수 있는 마당
돋아나는 나물을 심고
그 나물 속으로
내 발자국과 현기증이 들어간다
심을 수 있는 마당
내 방을 심고
우주본도 심었다
파헤쳤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계속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태운은 198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1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시인의 말에서 “시작, 하면 다들 흩어질 것이다/ 그래 흩어져서 각자 시를 써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무슨 일이었을까/ 그건 어떤 일이었는지/ 문득 의아해지고/ 그러니까 어떤 마음이 흘러가고 있었을까/ 어떤 풍경이// 거기서 다시 시작해보려고”라고 쓰고 있다. 흩어져서 각자 시를 쓸 것이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어떤 마음이 흘러가는 것인지 의아해지지만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게 시라고 말하는 것이다. 시 쓰기의 지난함이 엿보이는 문장이다.
「심을 수 있는 마당」은 심리적 공간이다. 날씨도 심고 곤충도 심을 수 있는 마당이니 그 심리적 공간에 나물이 돋아나면 발자국과 현기증이 나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공간에 화자의 방도 심고 우주본도 심었다 파헤칠 수 있다. 파헤친 공간을 화자는 내려다 본다. 계속 내려다보고 있다. 무엇이 보일까. 심리적 공간이니 그 아래에는 화자의 심리적 풍경이 보일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 『산책하는 사람에게』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