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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정치의 본분은 “국민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

 

[용인신문] 노나라 25대 군주 소공은 19세에 권좌에 올랐으나 하는 짓마다 백성들 눈 밖에 났다. 결국 계손씨에게 쫓겨나 제나라로 도망하여 간신히 연명하던 어느 날 제나라 군주 경공이 찾아와 담소하던 중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소.”라고 물으니 소공이 “현자를 버리고 우자를 거뒀기 때문이지요”라며 “군주 노릇 할 때는 현자가 안 보였고, 모든 것을 잃고 나니 비로소 보이더군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쯤 듣고 나니 경공은 노나라 소공이 측은하기도 하고, 또 많이 깨달은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노나라로 돌려 보낼 요량으로 재상 안자에게 의향을 물으니 안자가 펄쩍 뛰면서 말한다. “본디 어리석은 자들은 일을 그르친 뒤에야 큰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마치 크게 깨달음이나 얻은 듯 그럴싸한 말들을 하곤 합니다. 권좌에 오르면 방탕 하느라 백성을 돌아보지 않으며 권좌를 잃으면 저 살 궁리하느라 또 백성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이런 자들은 다시 돌아간들 현군은커녕 뭔들 제대로 하기는 이미 글렀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재상 안자의 독설에 군주 경공은 노소공을 내쳐 결국 망명지의 객으로 생을 마감한다. 군주 노릇을 한다는 것은 제 한몸 살자고 호위호식하는 것이 아니라 민의를 읽어내는 정치 행위이다. 정치란 삼봉 정도전의 표현을 빌면 백성들 개개인이 부여한 권력에 이득을 부풀려 백성들을 생生, 곧 잘 살게하는 것으로 되돌려주는 행위이다.

 

몇몇 그릇된 혹자들의 표현처럼 백성들은 결코 금수에 비견될 수 없는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이 됐건 국민이 됐건 분명한 것은 저들 개개인 지극히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힘으로 위협할 수 없으며 지극히 어리석을 수는 있어도 그런 백성을 지식으로 속일 수도 또한 없는 것이다. (조선경국전). 백성들이 입이 없어서 말이 없음이 아니요, 몰라서 오는 침묵은 더더욱 아니다. 백성들은 다 안다. 누가 정치를 잘하고 어느 목민관이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정치인이든 고을 수령이든 좌우간 백성들 잘 먹고 잘살게 하라 그게 너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