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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설교, 하수도 상담

박상완 (백향목교회 담임목사)

 

[용인신문] 필자는 신학생 시절부터 현장에서 교회를 섬기는 담임 목회자였다. 외조부, 외조모로부터 이어받은 기독교 집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친가는 철저한 유교 집안이었다. 그 갈등 속에서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이혼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당했다.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려서부터 신앙심이 남달리 강하고 열정적이었다.

 

신학 과정을 공부한 후 현장 목회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전인적으로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정 사역, 목회 상담학, 치유신학 등을 공부하면서 직면한 성도들과 수많은 내담자의 숨겨진 깊은 상처들을 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이해와 공감과 자비의 사랑으로 그들을 섬기게 되었다. 마치 설교는 상수도와 같은 기능을 하였다. 구원받는 성도, 변화되는 성도, 치유되는 성도 등 많은 열매가 있었다. 동시에 가정 사역, 상담, 치유 등은 하수도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십 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밤, 새벽 1시가 조금 지나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직감적으로 큰 사고가 났거나 심각한 상담 전화일 것으로 생각했다. 교회에 등록한 지 6개월 정도가 된 J 집사였다. 얼굴은 예쁘고 아름답지만 늘 수심에 싸여 있고, 웃는 일도 우는 일도, 말도 없는 그러한 여집사였다. 전화를 받자 슬피 울면서 지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시어머니와의 심각한 갈등, 남편의 외도, 무관심, 경제적인 극한 상황 등…. 때문에 자신은 살아가야 할 이유도, 희망도 없기에 죽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는 했다. 극약을 사다 물을 마시고, 약을 입에 넣는 순간 불현듯 담임목사 생각이 강하게 떠올랐다는 것이다. 물을 그대로 삼키고, 목사님께 전화나 한 통 해보고 죽어도 죽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넘도록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십수 년 동안의 기막힌 삶의 소설 같은 사연들을 피를 토하듯 말했다. 나는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공감하면서 끝까지 다 들어주었다. 그리고 위로해 주었다.

 

“아무리 고난과 고통이 커도 동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게 아니라 터널을 지나는 것이라고…. 터널은 아무리 길어도 가고 또 가다 보면 빛과 끝이 있고, 아무리 심한 장대비 속에 있어도 구름 위에 태양이 있고, 잠시 후면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뜨니 인내하면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역진의 승리가 주어진다고…”

 

다행히 그날의 전화 상담으로 J 집사는 다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울한 모습으로 몇 개월 동안 신앙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어느 주일부터 예배에 은혜를 받기 시작했다. 성령님이 주시는 회개와 치유의 눈물과 기쁨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 후부터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기적적으로 해결되었고, 남편도 다시 정상적인 가장으로 돌아와 지금은 우리 교회 서리 집사 직분을 받았고, 교회와 목회자를 지극히 사랑하는 동역자가 되었다. J 집사는 몇 년 전에 권사 취임 후 교회에서 가장 헌신을 많이 하는 보물 같은 성도가 되었다.

 

필자가 44년 목회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설교나 성경공부는 상수도 역할이고, 상담과 가정 사역은 하수도 역할이라는 것이다. 오랜 목회 동안에 치유와 변화를 이룬 간증이 100여 가지가 있는데 대부분 상담과 가정 사역을 통해 이루어진 것들이다. 설교를 잘하는 목사이기보다는 성도들의 죄와 상처, 아픈 사연을 가슴에 안은 채 몇 시간이고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목사가 되기를 소원한다. 현대인들은 경제적 풍요는 누리지만 영혼의 빈곤으로 공허함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극동방송 용인‧동탄교회 지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