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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가장 ‘쎈’ 권력은 폭력이다.

 

[용인신문] 노자의 도덕경은 인생구단의 노회한 역사가가 도망(?)이라는 절체절명 적 시점에서 철학적 시각을 빌어 극도의 정제된 어조語調를 운문韻文으로 끌어와 경책과 상징의 경구로 써내려 간 서사이다.

 

노자의 무위無爲와 한비자의 법치法治는 동전에 붙은 양면으로 노자의 무위에는 반드시 한비자의 법치가 요구된다. 한비자는 전국戰國칠웅七雄시대에 가장 작은 한韓나라의 왕손이지만 서자이며, 지독한 말더듬이로 제나라에 유학하여 조나라 철인 순자에게서 사사했다. 또한 진나라 개인 사설 감옥에서 동문의 벗 이사로부터 절명한 꽤나 문제의 인물이다. 그의 죽음을 재촉하는 데는 자신의 글들이 한몫했다. 10만여 자로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훗날 당송팔대가의 한사람인 한퇴지에 의해 한비자라 불렸고, 이 책은 삼국지 배송지주에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죽으며 어리석기 그지없는 후주 유선에게 읽기를 권했다는 것으로 이후 유선은 40년간이나 촉나라를 수성했다는 일화가 붙은 책이기도 하다.

 

반면 조선왕조 오백 년사를 지켜온 것은 한비자의 법가가 아니라 성리학이다. 그 기본도서 또한 인성론의 중심이 되는 대학, 맹자, 논어, 중용, 사서에서 출발하며 어린이 인성 교과서로는 유자징의 소학으로 시작해서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 이르기까지 대략 10여 권 남짓이 아동 인성교육 기본 교과서다. 이 중에 단 한 권도 법가의 책이라든가 병법서 따위의 책은 들지 않는다. 이는 주자학을 성역시한 조선의 편협적이고, 폐쇄된 학문적 소인배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인성의 무게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그것의 나타남은 반드시 폭력이다. 인성이 바르지 못한 자들이 윗자리에 있으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막스 베버의 “국가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정의는 폭력이다.”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거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데, 이 얼마나 무섭고 치가 떨리는 소린가. 공자는 불어괴력난신不語怪力亂神이라 했다. 여기서 ‘力’은 폭력이다. 공자는 폭력 중에서 ‘력’이라는 말조차도 입에서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든 폭력은 국민 모두가 몰아내야 할 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