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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박춘광(신동탄지구촌교회 담임목사)

[용인신문] 언젠가 우리 교회 집사님 한 분이 제에게 메일을 하나 보내 주셨습니다. 그 메일에는 사진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한 아프리카의 아이가 아사 직전에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식량센터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배가 고파 기진하여 더 이상 가던 길을 가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아이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가 있는 사진입니다. 한 동안 이 사진을 보고 먹먹한 마음으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개인적으로 저는 지구촌교회를 1997년에 갔습니다. 잠시 일 년 정도 지구촌교회를 떠난 것 외에는 횟수로 약 20년 정도 한 교회에서 사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신동탄지구촌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처음 지구촌교회를 왔을 때 저는 주일학교 교사로 시작했습니다. 다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목회를 배우겠다고 주일학교 교사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만큼 감사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뭐든지 시켜만 주면 감사했습니다. 찬양을 시켜주면 그게 너무 감사하고, 주일학교를 시켜주면 그게 너무 감사하고…. 뭔가를 맡겨주면 그렇게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평생 이 마음 잊어버리지 않고 감사하며 사역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때 그 시절의 감사가 있는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뭐든지 시켜만 주면 감사했는데, 최근 익숙함에 젖어 그때 그 시절의 감사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보다 훨씬 더 가진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아졌는데, 그때 그 시절의 감사가 있는가? 어느새 제 삶에 너무 많은 군더더기가 붙은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제 삶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으며 묵상했던 시 한편이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이 쓴 ‘어느 가난한 새의 기도’라는 시입니다.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 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 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릎 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 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이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저는 사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심을 버리면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만 이 초점이 흐려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교회 안에서 여러 명을 목회하는 것이 힘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힘든 것은 ‘나 한 사람’을 목회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개척목회 ‘나 한 사람’을 먼저 잘 목회하는 그런 주님의 일꾼이 되고 싶습니다.

 

※ 극동방송 용인동탄지회 지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