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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에도 우리는

이미상(시인)

 

[용인신문]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가 우리 삶을 지배한지 1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전의 사스나 메르스처럼 이 또한 금세 지나갈 줄 알았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그동안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상이 통제되고 고립되면서 분노와 좌절과 공포가 사회 전반에 깊은 우울을 가져왔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조사도 제대로 치루지 못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가족끼리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다니, 상상도 못한 처음 겪는 세상이었다.

 

반면 평소 물과 공기처럼 당연히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 믿었던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가고 싶은데 갈 수 있는 자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유. 또한 긍정적인 면도 있어 우리 사회에 깊이 숨어 연약한 영혼을 갉아먹던 사이비 종교의 허상과 실체도 드러났다. 아직도 사망자가 늘어가고 매일 확진자의 숫자를 확인하면서도 이제는 무덤덤해지고 있는 것은 이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지쳐가고 있는 것인가. 내겐 닥치지 않았다고 타인의 불행은 내 손톱 밑에 가시가 아니어서 그들의 아픔에 무관심한 냉혈한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의료진들이 땀 흘리는 지친 현장 옆에서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던 두 번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이후 스스로 자가 격리 시간을 보내며 필자는 발코니를 가꾸기 시작했다. 20년 된 낡은 아파트 발코니 구석구석 곰팡이를 제거하고 방수 페인트를 칠했다. 평소 좋아하는 갖고 싶었던 꽃나무 화분을 사들였다. 맨 처음에 아주 작은 올리브 나무와 율마를 들였다. 다음에는 로즈마리와 애플민트 허브도 들였다. 아이스박스에 부추도 심고 쪽파도 심었다. 노란 파프리카 씨를 도려내 심었더니 그 많은 씨들이 몽땅 발아를 해서 파프리카 밭이 되었다. 레몬과 금귤 씨도 싹이 나고 잎이 나와 작은 나무가 되었다. 아보카도를 먹고 씨앗을 커피 컵에 심었는데 3개월이 지나자 발아를 했다. 아보카도는 키가 쑥쑥 너무 길게 자랐다. 아보카도 때문에 아마존이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아보카도는 물을 많이 먹는다. 이제는 쌀뜨물을 아보카도에게 준다. 아파트 발코니는 꽃나무 무성한 정원이 되었다. 목마가렛, 천리향, 패랭이, 운간초, 봄꽃들이 다 진후에 지금은 보라색 라벤더 꽃이 한창이다. 꽃이 피고 지는 시간에는 세상이 조용해진다. 지구가 온 우주가 충만해진다.

 

코로나로 인해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와 마당이 있는 주택을 선호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에는 주택의 변화뿐 아이라 급격히 직업들도 변할 것이라 한다. 재택근무는 물론이고 내 방에서 홀로 할 수 있는 일들로 직업도 변화할 것이다. 현대인들이 혼밥과 혼술을 하는 일인 가구를 넘어서 모든 분야에서 아예 홀로 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 한다. 남녀노소 무엇이든 홀로 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므로 미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고 견디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 한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고 교류하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고 한다. 사람과의 교류 없이 살아가는 시대가 진짜 되려나 보다. 혼자 밥 먹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노래하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가 아닌 혼자인 이들이 화상으로 마주보면서 살아가려나 보다. 아니 이미 그렇게 우리는 살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들과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유행한다고 해도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미리 진화해 오고 있었나 보다. 이후에도 우리들은 지구 멸망 때까지 잘 적응하고 진화하며 살아갈 것이다. 인간들은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승승장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