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3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지역 상징성’은 없고 ‘시장 정치성’만 있다

LOCAL FOCUS_용인시 도시브랜드 제언

 

 

 

[용인신문] 도시 브랜드는 한 도시의 '가치value'를 알수 있다. 아울러 그 도시만의 고유한 역사 ‧ 사회적 자산과 정체성을 많은 사람에게 인식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글로컬 시대를 맞아 전국의 도시들이 전 세계에 긍정적 이미지를 지속해서 심어주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 도시 브랜드 제정이다. 그렇다면 110만 용인시는 어떻게 도시 브랜딩을 해 왔을까? 용인시가 현재 새롭게 제정 중인 ‘도시 브랜드’의 방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역시 시장들 욕심이 도시 브랜드 ‘왜곡’

용인시가 내년도 특례시 지정을 앞두고 새로운 ‘도시 브랜드’ 제정을 추진 중이다. 시는 민선 3기 이정문 시장 임기 중인 2004년 처음 도시 브랜드 ‘에이스(ACE) 용인’을 제정했다. 그러나 민선 4기 서정석(세계최고 선진용인), 민선 5기 김학규(함께하는 행복한 용인), 민선 6기 정찬민(사람들의 용인), 민선 7기 백군기(사람중심 새로운 용인) 시장에 이르기까지 도시 브랜드는 제껴 두고, 자신들만의 시정 이념(캐치프레이즈)을 홍보하기 바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민들은 시대착오적인 구호라며 비난했지만, 이 같은 악습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역대 시장들이 ‘도시 브랜드’에 대한 개념을 몰랐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드는 이유다. 그 결과, 지방자치실시 이후 용인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시 브랜드’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17년 동안 역대 시장들은 조례로 제정된 도시 브랜드는 뒤로 감춰둔 채 전 시장과의 차별화 전략에만 몰두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각종 매체의 구호 교체비용만 수억~수십억 원이 소요됐다. 현재 새로운 도시 브랜드 제정을 추진 중인 백군기 시장 역시 당선 직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시대에 걸맞는 새 도시 브랜드를 만들 때까지 전임 시장의 구호를 교체하지 않겠다는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몇 개월 만에 기존 ‘사람들의 용인’을 ‘사람중심 새로운 용인’으로 말만 슬쩍 바꿔, 전면 교체해 버렸다.

 

# 설문조사 중인 새 도시 브랜드 논란

“Made in Yongin” 메이드인 용인, “From to Yongin” 프롬 투 용인. 용인시가 최근 특례시를 앞두고 용인의 도시 브랜드로 선정하려는 9개의 슬로건 중 하나다. 그러나 과연 용인시가 ‘도시 브랜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도시 브랜드’가 갖는 막중한 의미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시는 도시 브랜드 재정비 사업을 ‘비예산 사업’으로 선정하고, 내부 공공 디자인팀의 자체 개발 및 관내 2개 대학의 재능기부를 통해서 9개의 후보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첫 번째 후보작인 “Made in Yongin” 메이드인 용인은 이미 오래전에 독일에서 사용한 ‘Made in Germany 메이드인 저머니’로 독일의 국가 브랜드 슬로건과 완전히 같다. 그 나머지 슬로건은 평가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 영문 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만든  ‘I·seoul·U 아이 서울 유’ 도시 브랜드가 혹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도시 브랜드 사업은 일단 슬로건이 선정되면 모든 사인sign, 옥외 및 시정 인쇄물 심지어 공무원의 명함에까지 사용되므로 최소 수십에서 백억 이상의 비용이 수반되는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결코, 비예산 사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 새 도시 브랜드는 100년의 가치 담아야!

도시 브랜드는 최소 50~100년의 가치를 담고, 용인시민의 긍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깊이와 철학이 내재 되어야 한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시민인 내부고객과 외국인을 포함한 외지인 즉, 외부고객 모두에게 용인(容認 용납하여 인정되는)되는 슬로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연이라도 다른 지역이나 국가의 슬로건을 가져다 쓰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브랜드 개발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이 역시 얼마든지 전문가의 재능을 기부받을 수 있는 일이다. 단, 시장과 담당 공무원의 의지와 성실함이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 브랜드 슬로건(로고 타입)은 글자와 빨간 하트 디자인이 결합 된 “I♥NY” I Love New York이다. 밀턴 글레이저 (Milton Glaser)의 작품으로 1975년에 탄생했으니 50년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긴 세월 동안 진부화를 막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또 용인의 경우는 어떤가. 전임 시장 시절 합법적으로 제정된 도시 브랜드까지 제껴 놓는 상황이다. 도시 브랜드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자신들의 시정 이념을 도시 브랜드인양 홍보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의 기관장이 바뀌면 숙청하듯이 전임자의 성과를 지워버리는 후진적 관행으로는 100년은커녕 10년 도시 브랜드도 만들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호정마켓팅자문 김호정 박사는 “먼저 시장과 주무 부서장 및 외부전문가로 시장 직속 용인 브랜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라면서 “여기서 브랜드가 무엇인지, 특례시가 되는 용인시는 어떤 도시를 지향할 것인지, 100년 도시에 대한 철학을 담아 도시 브랜드를 설계하고, 이 슬로건이 타 국가와 한국의 다른 도시의 슬로건에 대해 독창성을 확보했는지를 검증하고 마지막으로 이를 ‘시각화’하는 디자인을 완성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