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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푸른 언덕 가으로ㅣ홍사용

푸른 언덕 가으로

                                             홍사용

 

푸른 언덕 가으로 흐르는 물이 올시다

어둔 밤 밝은 낮

어둡고 밝은 그 그림자에

괴로운 냄새, 슬픈 소리, 쓰린 눈물로 뒤섞여 뒤범벅 같게.

 

돌아다 보아도 우리 시고을은 어디멘지

꿈마다 맺히는 우리 시고을 집은 어느 메쯤이나 되는지

떠날 제 『가노라』 말도 못 해서 만날 줄만 여기고 기두르는 커다란 집

찬 밤을 어찌 다 날도 새우는지-

 

지난 일 생각하면 가슴이 뛰놀건만

여위인 이 볼인들 비쳐 낼 줄 있으랴

멀고 멀게 자꾸자꾸 흐르니

속 쓰린 긴 한숨은 그칠 줄도 모르면서

길고길게 어디로 끝끝내 흐르기만 하랴노-

 

퍼런 풀밭에서 방긋이 웃는 이 계집아해야

무궁화 꺾어 흘리는 그 비밀을 그 비밀을 일러라

귀밑머리 풀기 전에-

 

홍사용(1900-1947)은 경기도 용인군 기흥면 농서리 용수골(동탄면 석우리, 돌모루)에서 대한제국 통정대부 육군헌병부위 홍철유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지금의 화성시 동탄 신도시로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있는 곳이다. 1922년 『백조』를 창간했다. 그의 대표작인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1923년 『백조』 3호에 발표되었다. 1923년부터 '토월회'공연의 자금을 조달하고 '토월회'의 문예부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많은 재산이 연극 활동에 투자되었다. 홍사용은 당대 소월과 쌍벽이었다. 소월은 민요시를 쓰는 다작의 시인이었고 홍사용은 신시를 쓰는 과작의 시인이었다.

「 푸른 언덕 가으로」는 1919년 3.1 운동이 지나간 바로 그해 12월에 박종화에게 보내 준시다. 박종화는 1976년에 발간된 『노작 홍사용의 시와 산문집』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이 시 속에 우리는 그때 젊은 청년들이 껴안고 있던 괴로운 냄새, 슬픈 소리, 쓰린 눈물과 알고 싶은 무궁화 꺾어 흘리는 그 비밀을 청구여신에게 경건히 물어보는 이 시인의 심경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근역서재' 간 『나는 왕이로소이다』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