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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계산’ 동상이몽… 갈라진 민심

FOCUS_기흥구 분구 논란

 

 

반대측, 분구시 기흥구 지역 신갈·영덕·구갈·상갈 등 인구 감소 우려

찬성측, 새로운 구성구에 포함 주민들 플랫폼시티·뉴스테이 등 호재

해당지역 일부 정치인들도 표심 의식 ‘찬반논란’ 뛰어들어 확전 부채질

 

[용인신문] 용인시가 기흥구 분구를 앞두고 주민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민민갈등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졌다. 행정동 분구라면 누구나 찬성할 것으로 보였지만, 뜻밖에도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다고, 시는 왜 여론조사까지 하면서 분구 당위성을 설득하고 있을까.

 

2005년 3개구 개청 때는 구 명칭 논란 외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구청장은 임명직이지만 지방공무원들에게는 승진(신분 상승)의 기회였고, 주민들 역시 도농복합시에 소속된 읍‧면‧동민보다 상급인 ‘구민(區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기흥구 분구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있을까? 그 내막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분구 명칭 논란은 2005년부터 시작

용인신문 2005년 5월 제580호 1면 일반구 승인 5개월째 ‘진통’ 이라는 제하의 부제는 “경계조정이어 구 명칭까지 ‘산넘어 산’, 늦어질수록 행정·선거사무 차질 예상”이었다. 16년이 지난 현재의 용인시를 보는 듯하다.

 

당시 용인시 지명위원회는 일반구 신설에 따른 3개구 지명을 처인(處仁), 구흥(駒興), 수지(水枝)로 확정했다. 지명위원들은 “방위개념의 명칭은 시민들의 선호도가 높더라도 배제한다”며 역사성을 고려했다. 그때도 시민공모 결과를 활용해 결정했다. 하지만 여론조사결과는 ‘서구’와 ‘동백구’가 각각 40.2%와 21.1%로 우위였다. 이에 당시 행정부는 몇 년 안에 2개구 분구 가능성이 크다며, ‘기흥’과 ‘구성’의 한 글자씩을 포함한 ‘구흥’을 채택하도록 했다.

 

그런데 ‘구흥구’ 명칭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논란이 거셌다. 특히 기흥읍에 대규모 반도체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명위가 구 명칭을 ‘구흥구’로 결정한 직후 “세계인들에게 기흥이라는 지명은 ‘반도체’ 혹은 ‘한국의 실리콘벨리’라고 인식돼 있다”며 명칭을 ‘기흥구’로 해줄 것을 적극 요청하고 나섰다.

 

결국, 기흥·구성지역을 합친 구 명칭이 ‘구흥구’에서 ‘기흥구’로 재결정됐다. 당시 구 명칭 개정은 처인구, 구흥구, 수지구 중 구흥구에 대해서만 310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삼성전자에서 기업체 브랜드 보호와 국가 경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흥구 명칭을 재고해 달라는 건의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재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기흥구가 38.5%였고, 구성구가 34.2%로 뒤를 이었다.

 

# 행정구 분구, 왜 여론조사하나?

용인시가 ‘인구 44만’에 이르는 기흥구 분구(分區) 추진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주민 66%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민의를 수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구를 반대하는 성난 민심 달래기 수순이었다. 시는 왜 ‘지방자치법’과 ‘행정구역 조정 규칙’에 의해 추진하는 행정구 분구를 주민들에게 물었을까? 현행법상 구당 평균 인구가 20만 이상일 경우엔 행정안전부장관 승인을 거쳐 분구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 분구는 주민여론조사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행정과 민심의 진의는 무엇일까?

 

용인시가 설문지와 온라인으로 실시했다는 여론조사 대상은 기흥구 15개 동 주민이다. 응답자 5만 9766명 중 3만 9832명(66.6%)이 분구에 찬성했고, 1만 9934명(33.4%)이 분구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기흥구’가 기흥구와 구성구(가칭)로 나뉠 경우 현재의 15개 동 중 구성권역 7개동이 분리된다. 시는 현재 행정안전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보면 분구 찬반여론조사는 무의미하고, 비과학적 행정으로 몰릴수도 있다. 분구 문제는 2005년 출범 당시부터 급격한 인구증가와 행정구역을 둘러싼 논란으로부터 촉발됐던 사항이다.

 

시에 따르면 기존 용인시 행정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3개 구청의 ‘청소‧ 생활민원‧부동산‧산업‧세무분야’ 등에 대한 업무분석 및 행정수요 분석결과(행정수요지수 산출)를 보면 기흥구는 처인구와 수지구에 비해 과포화 상태다.

 

올해 5월 말 기준 ‘기흥구’의 인구수는 44만 4231명이다. 처인구(26만 9657명)와 수지구(37만 9887명)보다는 월등히 많다. 경기도 31개 시·군과 비춰보면 광주시와 하남시 등 무려 17개 자치단체보다 인구가 많다.

 

#분구 경계논란은 부동산‧ 정치셈법일 뿐

기흥구 분구를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찬성’과 ‘반대’ 글이 동시에 올라 왔다. 용인시의 대표적인 민민갈등 양상 중 하나다. 분구시 기흥구에는 △신갈 △영덕 1·2동 △구갈 △상갈 △보라 △기흥 △서농 등 8개 동(22만 3677명)이 속한다. 반면, 구성구에는 △구성 △마북 △동백 1·2·3동 △상하 △보정 등 7개 동(21만 7158명)이 편입 예정이다.

 

분구를 반대하는 청원인은 “분구가 되면 구성구에는 플랫폼시티와 뉴스테이 등이 예정돼 인구가 증가하는 반면 기흥구는 오히려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치구별 불균형을 우려한 목소리다. 하지만 분구 찬성 측은 “2005년 구성읍이 기흥읍에 통합될 당시 구성구 분구는 이미 지역주민들에게 기약된 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구성구에 포함되지 않은 기흥구의 특정동 주민들이 ‘분구와 해당 지역 개발은 세금 낭비이자 재산 피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타협점 없는 반대 목소리만 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이기적 생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향후 행정서비스를 비롯한 학군문제 등이 주요 이슈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요 속내를 들여다보면 구 명칭에 따른 경계조정시 아파트 부동산 가격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해당지역 일부 정치인들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분구 찬반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민민 갈등의 해결책은 결국 용인시 행정력에 달려있다. 기흥구 분구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가칭)구성구 개청을 위해 경계 지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흥구 분구에 대한 행안부 승인이 나기 전에 청사확보는 물론 내년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시 선거구 문제까지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주민들 또한 단순히 구 명칭에 따른 부동산 이해득실만 따지기보다는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분구 찬반논란은 용인시와 시민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의제이기에 하루빨리 접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