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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용인의 하천명
도시화에 떠내려 갔다

LOCAL FOCUS_사라져가는 소하천 이름을 되찾자

 

처인구 문수봉 ‘문수샘’이 발원지

경안천 명칭 광주 경안동서 따와

대동여지도에 ‘우천’ 일제 ‘김량천’

과거엔 주민들 ‘금령천’으로 불러

최근 정체불명 호칭 정체성 위협 

 

[용인신문] 물은 생명이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물줄기를 중심으로 모였고, 그곳에서 삶과 공동체 문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그런데 급격한 도시화로 물줄기가 바뀌었고, 아름다운 소하천들은 명칭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심지어 국가하천에 가려진 지방하천과 소하천의 존재는 명칭조차 희미해져 가는 상황이다. 하천명을 통한 ‘지역 정체성 찾기’와 하천 이름 기억과 불러주기 운동으로 ‘지역공동체 회복’을 제언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하천 이름=지역 정체성 ‘논란’

용인시에 맞닿은 안성시와 평택시가 최근 들어 하천 이름 변경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평택시가 ‘안성천’ 명칭을 ‘평택강’으로 변경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안성시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평택시는 지역 정체성 찾기 일환으로 시민여론을 수렴, 환경부에 정식으로 명칭 변경을 건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엔 ‘평택강 민·관·정 간담회 및 선포식’까지 마쳤다.

 

안성시민들은 즉각 명칭 변경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성시이통장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성천은 대대손손 안성시민들의 젖줄”이라며 “안성천 명칭 변경은 발원지인 안성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았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과 평택환경행동 등 경기남부지역 환경단체들도 반대 성명서를 내는 등 갈등 양상이 깊어지고 있다.

 

안성시 측은 “국가하천의 경우 명칭 변경은 하천을 접한 지자체 동의를 거친 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라며, 이 같은 절차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안성천은 안성시 삼죽면 배태리 국사봉부터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평택호까지 이어지는 76㎞ 길이의 국가하천이다. 이중 평택시가 이번에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구간은 평택시 관내 하천인 진위천과 안성천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평택호까지 20㎞ 구간이다. 문제는 이 같은 명칭논란이 안성시와 평택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 2016년, 용인 오산천→신갈천 변경 ‘주목’

불과 몇 년 전까지 여름 장마철이면 언론에서는 “용인시 오산천이 폭우로 범람해 천변에 세워둔 자동차들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했다. 그때마다 시민들은 용인 기흥구 신갈지역 하천을 왜, ‘오산천’이라고 부르는지 헷갈렸다. 심지어 처인구 모현읍에도 ‘오산천’이 있어 더 혼란스러웠다.

 

이에 경기도는 2016년, 용인에서 서해로 관류하는 하천임에도 오산시 도시명과 같아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지방하천 ‘오산천’을 ‘신갈천’으로 바꿨다. 아울러 한국도로공사는 용인 땅에 있던 경부고속도로 ‘수원IC’를 ‘수원신갈‧IC’로 바꿨다. 두 명칭이 바뀌는 데는 모두 40~50년이 지난 후였다. 그나마 행정부와 정치권이 오랫동안 요구해 관철됐다.

 

# 용인 ‘경안천’도 ‘경안’은 광주지명

국가하천으로 총길이 49.5km인 경안천은 용인시 처인구 호동 문수봉 자락 ‘문수샘’이 발원지다. 경안천은 운학동과 호동 사이 ‘호리천’과 ‘운학천’을 시작으로 용인 시내인 김량장동과 마평동 사이 ‘김량천(10.6km)’을 통과한다. 이어 포곡읍과 모현읍, 그리고 광주시 오포를 지나 팔당호로 유입된다. 총 19개의 가지천(소하천)이 만나는 경안천은 용인지역 26.6km(처인구 호동~모현 경계지점)구간을 통과한다. 전체 길이 절반 이상이 용인 구간이다.

 

경안천은 광주시 경안동에서 ‘경안’을 따온 명칭이다. 하지만 원주민을 제외한 용인시민들은 ‘경안천’을 용인지명으로 착각하고 있다. 경안천은 ‘대동여지도’에 ‘우천’, ‘신증동국여지승람’엔 ‘소천’으로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용인군 군청소재지인 김량장리를 통과해 ‘김량천(金良川)이라고 했다. 과거엔 ’금령천‘이라고도 불렸으나 공식 소하천 명칭에서는 사라졌다.

 

국가하천은 통상 유역면적 합계가 200㎢ 이상인 하천과 다목적댐 하류 지역이다. 또 유역면적 50~200㎢으로 인구 20만 명 이상의 도시 또는 상수원보호구역‧ 국립공원 등을 관통하는 하천을 포함하고 있다.

 

# 하천 구간별 이름 찾기 운동해야!

원래 마을 지명을 딴 소하천 명칭들이 국가하천인 ‘경안천’에 가려져 잊혀지고 있다. 경안천 구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용인지역만이라도 ‘김량천’, 또는 과거 지역민들에게 친숙했던 ‘금령천’으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안천은 현재 ‘국가‧지방하천’으로 공식 지정돼 있어 변경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용인지역을 경유하는 ‘지방하천’과 ‘소하천’명칭을 도로표지판처럼 하천변 경계마다 세워, 원래의 고유지명으로 하천명 불러주기 및 지역정체성 찾기 운동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용인시에는 국가하천 1곳(경안천)과 지방하천 51개소 244.7km, 소하천 149개소 223.12km 등이 있다. 그나마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대부분 지역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시민들의 정주의식과 공동체회복 운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문화재단 김성태 수석연구원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고유명을 행정명으로 일제히 바꾼 건 행정편의주의적이고, 하천명 역시 관리 차원에서 지극히 관료적인 행정 중심의 발상으로 만들어진게 사실”이라면서 “예로부터 하천도 구간마다 고유이름이 있었으니 구역별 이름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