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투표용 도장 한개의 무게

 

[용인신문] 맹자 이루-장구 하편에 “군주가 죄 없는 백성을 죽이는 일이 있다면 선비는 주인을 바꾼다”고 했다. 시경 관저편엔 ‘언자무죄言者無罪 문자족계聞者足戒’라는 말이 있다. “말하는 사람은 죄가 없나니 듣는 사람이 경계로 삼으면 족하다”라는 말이다. 논어 양화 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선비가 덕을 버리는 것이 하나가 있는데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저잣거리의 말을 확인도 안하고 옮겨 대면 안 된다는 경책이다. 그럼에도 예외조항을 두는데 시詩가 그것이다.

 

논어 위정편의 기록은 이렇다.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각에 삿됨이 없다. 사람 살이에는 크게 두 개의 줄기로 나뉜다. 오늘만 살 것인가, 내일 저 너머에까지 살 것인가. 논어 위령공편의 기록은 이렇다. 군자는 죽기 전에 명성을 알리기를 원한다. 그런데 400년 후 사람 사마천은 죽기 전의 명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죽은 다음날 아침에 있을 자신의 초상화에 대해서만 걱정한 인물이다. 보임안서報任安書는 이렇게 심정을 밝힌다. 내가 구차하게 살기 위해 더러운 감옥에 갇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까닭은 비루하게 죽어 후대에 나의 글이 드러나지 않을까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나중에 올 사람을 생각하며 ‘사기’라는 책을 썼다는 말이다. 곧 죽은 후 전해질 명성에 대해 고민했음이다. 일찍이 공자는 논어 자한편에서 후생가외라는 말을 했다. 후생이 가히 두렵구나 뒤에 오는 자가 어찌 지금만 못하리라고 단정할 수 있으랴. 논어에서 두려울 외畏자를 쓴 경우가 과연 몇 번이나 있으랴마는 그만큼 외畏라는 글자가 주는 함의는 중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외는 ‘두렵다’ 보다는 ‘경외한다’에 가깝다. 외를 ‘경외하다’로 해석한 인물이 증자의 아들 증서다. 혹자가 당신과 자로를 비교하면 누가 더 어짊니까 하고 물으니 증서가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답한다. 그분은 제 아버지께서도 경외畏 하셨던 분입니다(孟子公孫丑章句上). 지금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90여 일 앞두고 있다. 저마다 잘나서 대통령출마까지 왔겠지만 국민 또한 그날 투표용지에 꾹 누른 도장 한 개의 무게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