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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얼마나 힘들어야 웃음으로 고통을 포장하게 될까”

 

 

[용인신문] “얼마나 힘들어야 웃음으로 고통을 포장하게 될까”(208쪽) 10대의 이야기 이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올해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드라마처럼 펼쳐놓는다. 등장인물은 자신의 트라우마 때문에 가족에게 더욱 집착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것 때문에 가족과 철저하게 거리두기를 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마찬가지다. 곪은 상처는 걷어내야 새 살이 나듯이 과거의 사건과 감정으로부터 얽힌 상처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 결국 맺힌 감정의 응어리들을 훌훌 풀어내고 단단한 딱지를 만들어낸다. 이제 곧 새 살을 약속하는 딱지이다.

 

청소년소설에서 가족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흔한 편인데 『훌훌』은 소재 면에서 독특하다. 소설은 주인공 유리의 복잡한 상황을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며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다소 신파적인 할아버지의 상황을 개성 있게 만드는 건 할아버지의 단순 명료한 대사 때문이다. 유리가 서정희씨라고 부르는 엄마의 생애를 ‘나쁜 사람’으로 일갈하지 않는 작가의 마무리도 훌륭하다. 진지함과 가벼움을 넘나드는 고등학생들의 묘사도 치밀하다. 단숨에 읽히는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미 벌어진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삶을 살아낼 준비를 한 당찬 아이들의 이야기다.

 

주봉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럼 삶의 무게를 조금쯤 수월하게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은 유리이지만 유리의 절친 주봉이에게 마음이 가는 건 유리의 무거움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그런데 뭐, 뭐가 문젠데?”(161쪽)라고 말해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