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정인月下情人 - 어느 사내의 독백 안영선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어 당신 눈에 흐르는 내 눈물 감출 수 있으니까 당신 손을 꼭 쥐면 내 심장도 떨리겠지 순라군*이 오기까지 이 황홀한 떨림을 즐길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 손 꼭 쥐고 있을 거야 오늘 밤은 당신과 함께 춤을 춰야지 오직 당신을 위한 나를 위한 춤을 출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과 함께 춤을 출 거야 당신 체온은 내 몸으로 뜨겁게 뜨겁게 스며드는데 이 밤 당신과의 언약을 지킬 수 없을까 봐 두려워 차라리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정말 좋겠어 이런, 달이 자꾸 커지고 있어 초저녁에 뜬 둥근 달처럼 * 조선시대 도둑이나 화재 등을 경계하기 위하여 밤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군인. 경기도 이천 출생. 2013년 《문학의 오늘》 등단. 시집 『춘몽은 더 독한 계절이다』
청천 김윤배 물소리는 생애를 멀리 돌아나간다 모든 생애는 허술하게 늙어간다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 물소리를 생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청천에서는 고백 없이도 절망할 수 있겠다 김윤배: 충북 청주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별꽃, 2023)외 다수 등
[용인신문] 용인신문은 1992년 주간 성산신문이란 제호로 창간됐습니다. 지령을 이어 용인연합신문으로 잠시 제호를 바꿨다가 1999년부터 용인신문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언론으로 본 용인 30년>은 1993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의 역시 기록물입니다. 1년 여간 이 책을 만들면서 용인의 역사를 되돌아보니 30년의 영욕(榮辱)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지역언론이 30년 세월을 꾸준하게 뉴스를 전달해온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유력 중앙 일간지들도 대부분 적자에 허덕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역신문 사정은 필설(筆舌)로도 형용이 힘들 것입니다. 30년 세월을 멈추지 않고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용인신문사 임직원들의 희생과 노력도 있었겠지만 꾸준히 용인신문을 애독하고 응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신문의 역할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입니다. 용인이라는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용인신문] 논어 자장편에 자공에 관한 이야기 몇 편이 있다. 내용은 대체로 자공이 스승 공자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게 세상의 평가이다. 그중 한 대목을 쉽게 풀어 쓴다면 이렇다. 하루는 진자금이 스승 자공에게 말한다. “선생님께서 공손하셔서 그렇지, 중니 따위가 어찌 선생님보다 낫겠습니까”. 그러자 자공이 정색을 하면서 말한다. “내가 공자 선생님보다 더 현자는 아니니라, 차라리 사다리를 놓고 하늘을 오르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자공은 위衛나라 사람으로 공문십철사과의 인물로 돈을 버는 것과 말하는 것으로는 신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다. 이는 스승 공자께서도 인정하신 바이시다. 논어 선진편 11-18문장에서는 돈을 잘 벌었다고 기록한다. 공자의 말을 옮기면 이렇다. 자공은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사를 했는데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자공의 돈버는 법은 폐거廢擧로 가격이 내려가면 잔뜩 사들이고, 물건이 귀하면 비싸게 내다 파는 방식이다. 공자께서는 돈 벌기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돈이라는 것이 내가 원한다고 벌어질 것 같으면야 나는 말 채찍을 잡는 천한 일도 하겠다. 그러나 그렇게 안되기 때문에 차라리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다.” 스승
[용인신문] 전국 최초로 인천광역시가 정당 현수막 게시 규제를 위한 조례를 개정하고 행정안전부의 재의 요구를 거부한 채 시행에 나서기로 했다. 조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정당 현수막도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명절인사 등 특정시기의 의례적인 내용으로 설치하는 현수막은 제외) △동시에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의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 △현수막에 혐오·비방 등의 내용이 없을 것 등이다. 인천시의 결정을 두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조례로 규정한 여러 조항 중 혐오내용과 비방 금지는 새겨볼 대목이다. 현수막을 통한 여당과 야당의 비판과 비난은 이제 도를 넘어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지간(怨讎之間)이나 주고받을 험악한 말 폭탄을 상대 진영에 퍼붓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일반 시민이 보기에도 볼썽사납다. 정당 정치인들은 상대 당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 일반 유권자들이 동조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제아무리 착각하는 것도 자유라지만 그야말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해석이다. 서로 상대를 향해 막말을 퍼부으면 오히려 감표 요인이다. 욕 잘하고 남 헐뜯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있다면 그들은 극소수의 강성 지지자들이다.
[용인신문] ‘꽃의 여왕’ 장미가 만발했다. 올해도 연이어 세계장미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에버랜드 장미원에 가면 720품종 약 300만 송이의 장미가 만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지난 12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계속된다.
[용인신문]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 의회까지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반도체는 당장의 현안이고 장기적으로는 결론이 내려진 문제다. 반도체는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중국에 추월당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한국의 주변 정세나 세계적인 경제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면 우리가 내세울 만한 원천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인구는 14억이고 인접한 인도의 인구도 비슷하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동남아까지 더하면 40억에 육박하거나 넘어섰다. 유라시아대륙의 나라들은 이제 누가 뭐래도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러면 미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적당히 비위를 맞추면서 시간을 끄는 방법밖에 뾰족수가 없다. 정부는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미국 의회의 압박은 2024년 대선 국면에 진입하면 흐지부지될 것이다. 미국은 덩치가 큰 만큼 결정된 것을 집행하는 것도 느리다. 얼마 전 G7 정상회담이 열렸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의 초청으로 다녀왔다. 그런데 G7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당사국 중 G7이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믿는 나라는 미국을 포함하여 한 나라도 없다. G7에 목
[용인신문] 용인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이해 나온 언론으로 본 ‘용인 30년’. 이 기록물의 출판을 추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 계획은 양장본 2~3권 분량으로 연초에 출판하려 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물가상승 등 출판환경이 녹록지 않아 축소를 거듭하던 중 700페이지 1권(500권 한정판)으로 마무리했다. 어려운 가운데 작업을 추진한 결과, 5월 15일을 발행일로 ISBN을 받아 인쇄소로 넘긴 상태다. 돌이켜보니 지난 30년의 영욕(榮辱)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지역 언론이 30년 세월을 꾸준하게 뉴스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유력 중앙 일간지들도 대부분 적자에 허덕인다. 지역 신문 사정은 필설(筆舌)로 형용조차 힘들다. 그런데도 30년의 세월을 꾸준히 정진할 수 있었던 원천은 그동안 용인신문사 임직원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노력, 거기에 꾸준히 용인신문을 애독해주시고 응원해 주신 시민들 덕분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신문의 역할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사
[용인신문] 2004년부터 전국 마라톤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수도권 최고 수준의 ‘용인마라톤대회’.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개최하지 못했고, 지난해엔 비대면으로 치러졌으니 4년 만인 셈이다. 이번 ‘2023 용인마라톤대회’에도 영원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함께 한다. 이 선수는 몸이 불편한 가운데도 용인마라톤대회 홍보대사가 인연이 되어 지난해엔 용인시에서 열린 ‘경기도민체육대회’와 ‘용인시 홍보대사’를 맡았다. 이 선수는 현재 희소병인 근육긴장 이상증을 앓고 있다. 2019년 건강했을 때까지만 해도 용인마라톤대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최소 5km를 달린 후 포토존과 사인회를 겸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은메달, 2000년 일본 도쿄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7분 20초로 한국 기록을 세운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현역 선수로 활동할 땐 총 41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2009년 은퇴 후에도 방송 출연 등을 통해 한국 육상을 대중에게 알려온 영원한 국민 마라토너. 그런데, 2020년 1월 갑작스럽게 원인 불명의 통증에 시달리다 근육긴장 이상증 판정을 받았고, 이후 ‘척수지주막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으
[용인신문] 내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용인시민은 4개 선거구에서 4명의 국회의원을 뽑게 된다. 그중 용인갑(처인) 선거구는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다. 최근 정찬민 의원이 항소심에서 7년 형을 받으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 위기에 처하자 초미의 관심지가 됐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정찬민 의원 뒤를 이어 수성에 성공할 필승의 카드를 물색 중이다. 민주당을 탈당해서 현재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과 김희철 전 육군소장, 또 용인 출신인 윤재복 (사)국민화합 이사장, 김상수 시의원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우일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권인숙 현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부산경찰청장을 지낸 이상식 씨, 용인 출신으로는 우제창 전 국회의원과 엄교섭 · 오세영 전 도의원 등이 신발끈을 졸라매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주당 역시 이화영 지역위원장이 구속돼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다. 용인시는 인구가 110만 명에 육박하면서 외지인 대비 토박이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처인구는 용인 정치 1번지로 서부지역에 비하면 토박이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검증된 지역 출신 정치인이 등장한다면
언론마다 ‘용인 반도체 메카’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경영성과도 사업 추진의 변수다. 사진은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현장. <드론사진: 김성덕 본지 객원 사진기자> 삼성전자·SK 하이닉스, 장밋빛 청사진… 개발예정지 주변 땅값 폭등 이동읍·남사면 일대 국가산단 300조 투자 용두사미 가능성 경계해야 미국 반도체법, 한국·대만 생산시설 블랙홀… 용인 사업에 악재 우려 용인시·정치권 역할 중요 시민감시기구 만들어 실제 투자 살펴봐야 [용인신문] 용인특례시가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까? 예단할 수 없지만, 용인시와 지역 정치권 행동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2018년 용인 플랫폼 도시, 2019년 SK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결정되면서 용인시는 난개발 오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최근 언론마다 ‘용인 반도체 메카’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윤석열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경영성과도
[용인신문] “정치를 하려면 30년을 준비해야 한다.” 플라톤의 말이다. 당시 그리스의 평균수명은 25~30세였다. 알렉산드르 대왕이 32세에 죽었으니 플라톤의 말대로 정치인이 되려면 최소한 50세까지는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플라톤은 81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플라톤이 30년을 준비해야 비로소 정치할 자격이 있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 정치라는 것을 웅변한 것이다. 플라톤 말대로 정치인이 되려면 먼저 건강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다음에는 기본적인 철학을 갖춰야 한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을 망라한 지식이 필수조건이다. 아울러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했어야 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테네가 외침을 받았을 때 선두에 서서 싸운 병역의 의무를 다했는가이다. 아테네가 외침을 받았는데도 전장(戰場)에 없었다면 그 사람은 기본적인 자격이 없다. 플라톤이 철인정치(哲人政治)에서 주창한 ‘30년 준비 기간’을 적용하면 한국에서는 정치할 자격을 갖춘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든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인은 전문 직업인이다. 고액의 연봉을 받고, 다수의 보좌관과 비서진을 둔 독자적인 입법기관이기도 하다. 심지어 지방정치인도 중앙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던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