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58 삶은 결국 ‘눕기’로 시작되고 끝난다! 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 저자 : 베른트 브루너 / 출판사 : 현암사 / 정가 : 14,000원 눕는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눕기란 게으르고 태만하여 쓸모없다는 것이 일반적일 터. 그러나 야근에 지쳐서 돌아온 늦은 밤, 이불 덮인 아랫목이나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는 것이 최고의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어깨에서 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눕기’를 예찬하는 이 책을 읽어보자. 눕기가 얼마나 생리적이고 심리적이며 창조적일 수 있는지, 나아가 삶의 속도에 관한 심오한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사유를 하게 해 주는 ‘눕기’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어쩌면 조금은 황당한 제목에, 웃기는 주제일 수 있지만 수평 자세를 잊은 당신을 위해서 저자는 눕기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한다. 인간이 수평 자세로 경험하는 세계를 알아내기 위해
최은진의 BOOK소리 57 놀랍고 아름다운 나만의 우주를 찾을 때까지 화재감시원 ◎ 저자 : 코니 윌리스 / 출판사 : 아작 / 정가 : 14,800원 영미권 SF의 거장인 코니 윌리스의 단편집 중 작품성이 돋보이는 수상작을 엮었다. 가장 유쾌하고 수다스러우며 그러면서도 놀랍도록 매혹적인 SF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이 책의 가치는 단지 SF라는 장르에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놀랍다. 각 작품마다 친절하게도 저자의 후기가 실려 있는데 그 작품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워서 마치 물건을 사고 딸려 온 사은품이 근사할 때처럼 행복해진다. 리알토에서를 시작으로 나일강의 죽음,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화재감시원, 내부 소행 등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어느 한 편도 지루할 틈이 없다. 시간 여행이라는 지금은 진부해진 소재를, 참신하고도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 화재 감시원은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가장 돋보이는 작품 리알토에서는 양자물리학이라는 접근하기 어려운 개념을 코믹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담아낸 개그물이다. 서로를 끊임없이 오해하고 엇갈리는 인물들, 자신의 이야기만 죽어라 떠들어대는 데만 열중하는 그들에게서 우리 자신을 엿볼 수 있다
최은진의 BOOK소리 56 존재의 불안이 덮칠 때, 위로가 되어 줄 책. 사랑의 지혜 ◎저자: 알랭 핑켈크로트 / 출판사 : 동문선 / 정가 : 6,000원 제목만 보고서 이 책에서 사랑의 지혜를 찾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한다면 실망할 테지만, 덮는 순간 그보다는 더 고차원적인 성숙한 타인에 대한 태도를 갖게 되는 충만함을 맛보게 해줄 책이다. ‘삶은 곧 얼굴의 실존을 통해 구현된다’고 했던 프랑스 철학자 알랭 핑켈크로트의 철학 에세이다. 크림트의 가 표지 그림인 것을 보고 가볍게 접근했다가 그 깊이에 화들짝 놀라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 서양철학의 존재론에 반박하면서 타자(他者)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강조한 철학자 레비나스의 철학 에세이쯤으로 보면 되겠다. 남녀 간 사랑의 감정이나 그에 관한 주옥같은 명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감정을 “항상 당신으로부터 도망가는 사람으로부터, 막상 당신은 도망가지 못하는 것”이고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지 않는 한, 사랑을 할 때는 사랑받지 못할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로, 사랑은 누구에게
최은진의 BOOK소리 55 금주가도 술맛에 빠지게 하는 행복한 여행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 저자 : 니시카와 오사무 / 출판사 : 나무발전소/ 정가 : 13,000원 행복한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아닌가. 일본 최고 맛객인 니시카와 오사무의 술사랑은 특별함을 넘어 위대함을 보여준다. “수줍은 남자의 40년 술사랑”이라는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그는 네 살 때 운명적으로 술의 신세계에 빠져 40년 이상을 술과 함께 동고동락했다. 여행의 목적이 오직 술을 마시기 위함인 듯 그의 술사랑은 남다르다. 유럽편, 아시아편, 아메리카·오세아니아편의 총3장으로 구분하여 지구촌 구석구석 그 도시만의 특색을 나타내는 치명적인 술맛에 매료된 자신의 모습과 신변잡기적인 감상을 깔끔한 일기체로 보여준다. 세상엔 우릴 행복하게 해줄 술이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매력적인 연인이 유혹해도 그 지독한 냄새때문에 키스를 사양하게 하는 스웨덴의 아콰비트, 우루카(은어내장젓갈)와 함께 곁들이는 니혼슈(청주), 꿈틀거리는 하얀 벌레와
최은진의 BOOK소리 54 변방의 아웃사이더들이 던지는 화두! 변방을 찾아서 ◎ 저자 : 신영복 / 출판사 : 돌베개 / 정가 : 9,000원 시대마다 늘 존재해왔던 아웃사이더. 그 변방의 아웃사이더들의 신선한 반란과 역동적인 생각은 늘 개혁의 중심이었었고 새로운 시대를 가능케하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책. 신영복 교수가 직접 쓴 글씨들을 나눠준 장소들을 찾아 다니는 여행의 기록들과 그 장소에 얽힌 역사,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그 장소들이 모두 변방이다. 물론 여기서 변방은 단순히 공간적 개념이 아니다. 광활한 우주 안에서 인간의 위상자체는 언제 어디서든 변방의 작은 존재이므로 알고보면 우리 모두 아웃사이더들이 아닌가. 그가 찾아가 역사와 이 시대를 돌아보고 의미를 생각해 본 변방은 해남의 서정분교, 강릉 허균 · 허난설헌 기념관,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오대산 상월사,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 봉하마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서울특별시 시장실이다. 그곳에서 변방이란 단어를 매개체로 여러 담
최은진의 BOOK소리 53 한 때 스무 살이었던 사람들에게...... 스무 살 ◎ 저자 : 김연수 /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3,000원 아이도 어른도 아닌 스무 살을 지금 누군가는 지나고 있고, 누군가는 지나왔고, 또 누군가는 지나갈 예정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와 본 사람만이 안다. 스무 살일 수도, 혹은 스무 두 살일 수도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인지, 그 빛을 서서히 잃어간다는 게 얼마나 가슴저린 일인지….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기를 하며 글을 쓰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는 “우리 시대 가장 지성적인 작가” 김연수의 첫 소설집이 15년 만에 재발간되어 다시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지나가 버린 스무 살처럼 애틋하고 그리운 느낌으로….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는 문장이 먼저 가슴을 툭 건드리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의 마지막을 플라잉코스터에서 맞이한 사람의 이야기 , 선풍기와 책을 유폐시키는 게 삶의 목표인, 선풍기 수집가와 도서관 사서의 이야기 을 비롯해 , ,
최은진의 BOOK소리 52 사랑은 가까운 곳에서, 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저자 : 러셀 로버츠(애덤 스미스 원저) /출판사 : 세계사 /정가 : 15,000원 250년 전 쓰여진 애덤 스미스의 의 핵심적인 내용을 현대인의 삶에 맞게 러셀 로버츠가 풀어쓴 책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 서 있는 지금 행복한 삶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그 유명한 이 아닌 에 주목했고, 그 해답을 제시할 책이라 판단한 듯하다.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이지만 돈을 추구하는 삶의 헛됨에 대해서 설파했다는 점에 의문과 흥미를 가진 저자는 퍼즐을 풀 듯 이 책을 통해서 낱낱이 파헤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모두 담아낸 이 책에는 행복의 추구, 우정, 그리고 미덕에 대한 스미스의 풍부한 식견을 접근하기 쉽게 담아냈다. 애덤 스미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인생의 방향을 제시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는지(1장), 행복의 위한 우선순위는 무엇인
최은진의 BOOK소리 51 우스꽝스러운 패러디에 숨겨진 날카로운 비평!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저자 : 움베르토 에코 / 출판사 : 열린책들 / 정가 : 13,000원 에코에게 지적 촉수가 미치지 않은 분야가 있긴 할까? 현존하는 최고의 석학으로 손꼽히는 움베르토 에코가 문학잡지에 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과 그 외의 여러 칼럼들을 모아 놓은 책. 심각하고 진지할 것만 같은 그가 삐딱한 시선으로 빈정대는, 인터넷 논객처럼 웃기는 아저씨로 변신했다.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에세이 형식이라 평소 어렵기로 유명한 그의 책들과는 달리 접근하기 쉬운 편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어눌한 말투의 패러디 뒤에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에코 특유의 비판과 역설이 숨겨져 있으니 지적 유희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느낄 수 있지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단순히 불평불만에 그쳤던 불합리한 점을 그는 방대한 지식을 총동원해서 제대로 짚어낸다. 모든 순간을 허투루 보는 법 없이 관찰하고 파고 비틀고 표현하고 소통한다. 남다
최은진의 BOOK소리 50 알고 싶어하는 순간 사랑은 시작된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저자 : 최재천 / 출판사 : 효형출판 / 정가 : 12,000원 인간은 정말 동물보다 나은 종(種)인가?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말에 깔려 있는 인간우월주의에 대한 신념을 깨뜨려주는 최재천 교수의 책.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일 뿐이니 겸허한 마음으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라고 한다. “알면 사랑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생명에 대한 경외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 사랑해서 알게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알고 싶다는 욕구는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최근 끔찍한 테러로 희생된 억울한 죽음을 전 세계인이 애도하고 있다. 어느 철학자는 사람만이 유일하게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며 죽음이 모든 것의 종말인지를 의심할 줄 안다고 주장했다지만, 침팬지의 사례를 보면 동물도 죽음을 애도한단다. 그리고 타조와 물고기도 남의 자식
최은진의 BOOK소리 49 우리가 꿈꾸던 마을이 펼쳐지고 있다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 ◎ 저자 : 박재동, 김이준수 / 출판사 : 샨티 / 정가 : 14,500원 ‘마을’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낯설어진 요즘이다. 아이들에겐 마을보단 ‘단지’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해졌다. 집은 이제 “사는living 곳”이 아닌 “사는 buying 것”으로 이름따라 의미조차 바꿔버린 지 오래다. 이런 세상에서, 대문을 열고 골목으로 나와서 혹은 마을의 공유 공간에 모여서 함께‘놀고, 먹고, 모이고 협동하고, 말하고, 예술하고, 교육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에서 기획하고 박재동, 김이준수가 생동감 있는 글과 그림으로 엮어서 만든 책. 회색도시의 대표 서울과 그 안에 담긴 마을이 만나 공동체를 이룬 모습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함께 노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공동육아체 “파크리오맘”. 마을을 놀이터로 만들어 아이들 놀게 하려다 어른들도 함께 놀
최은진의 BOOK소리 48 무소유를 향한 부처님의 역습! 부처님의 부자수업 ◎ 저자 : 윤성식 / 출판사 : 불광출판사 / 정가 : 15,000원 대중들에게 비친 불교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버리고 비워야 한다는 이른바 무소유의 종교이다. 그런데 여기 그 무소유를 향한 상식의 틀을 확 깨주는 책이 있다. 경제, 경영, 회계, 행정의 ‘전방위 스페셜리스트 학자’로 불리는 고려대 윤성식 교수는 돈과 욕망 앞에서 정직해지자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처님이 정말 이렇게 현실적이고 세속적이었나 싶겠지만 생로병사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출가한 부처님은 “죽음의 고통보다 가난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며 중생들을 향해 열심히 돈을 벌어서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라고 하셨단다. 우리의 불교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출가자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부처님은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재가자들에게 올바를 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하셨단다. 돈 앞에서 정직해져야 하며( 1장), 어떻게 돈을 벌고(2장), 어떻게 쓸 것이며(3장), 살기 좋은 세상은 어떠한지
최은진의 BOOK소리 47 우린 짐승으로 살고자 태어나진 않았다! 이것이 인간인가-아우슈비츠 생존작가의 기록 ◎ 저자 : 프리모 레비/ 출판사 : 돌베개/ 정가 : 12,000원 이탈리아의 화학자이자 작가이며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 그 10개월간의 생생한 체험을 기록했다. 과장도 가식도 없다. 보고 듣고 체험한 것만을 냉정하고 엄숙하게 얘기한다.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여기서 그들은 나치들뿐만 아니라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유대인을 포한한 모든 수감인들, 극도의 절망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던 모든 사람을 말한다. “꼭 살아남아 우리가 목격하고 참아낸 일들을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지”, “내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그는 말한다. “이 삶은 생존을 위한 투쟁 상태에 놓인 인간이라는 동물의 행동에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 무엇인지 입증하기 위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실험장” 이라는 그는 단지 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