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119 우리가 곧 보게 될 ‘보이지 않는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 ◎ 저자 : 리즈 무어 / 출판사 : 소소의 책 / 정가 : 15,800원 언제 어디서든 행복해 지고 싶을 때 각자에게 맞는 행복을 만들어주는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 세계 속에서 우리가 보고 느끼고 듣는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걸 전혀 느낄 수 없다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재생해 주는 가상세계가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다. 과학이 만들어 낼 미래를 전제로, 과거와 현실을 탄탄하게 연결해 나가는 소설.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면서도 동시에 서늘해지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해 줄 소설, ‘보이지 않는 세계’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화두는 묵직하다. 인공지능이 빚어내는 가상현실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세상 어딘가에선 이미 실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진실일까? 철저하게 자신을 감춘 채 살아온 과학자 데이비드가 그의 딸 에이더에게 건네 준 플로피 디스크 한 장. 이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가는 수수께끼의 시작이었다. ‘딸에게 아버지는 제우스였고, 자신은 그의 머리에서
최은진의 BOOK소리 118 이 구역의 나쁜 여자는 나야! 다 나와!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 저자 : 에이미 스튜어트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5,000원 요즘 유행인 신조어 ‘걸크러쉬’에 딱 들어맞는 주인공이 여기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의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제 존재했던 인물인 콘스턴스 콥의 이야기. 그녀의 화끈하고 강렬한 카리스마는 소녀들의 가슴을 깨부수고도 남을만큼 인상적이다. 요즘 ‘미투’가 뜨거운 감자로 사회전반에 부각되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미묘한 분위기는 남자든 여자든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바른 길로 가는 진통의 시간이라 우리 모두가 믿고 있지만....이럴 때 뭔가 석연치 않고 답답해지는 이야기 말고, 속칭 ‘센 언니’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걷어차는 하이킥같은 이야기. 자, 이제 우릴 속시원하게 만들 통쾌한 영웅, 그녀를 만나 볼 시간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보안관인 콘스턴스 콥의 이야기를 <술취한 식물학자>의 저자 에이미스튜어트는 똑똑하고 지혜롭게 각색해서 끌고 나간다. 철저하고 자세한 조사를 통해 밝혀낸 콘스턴스의 이야기는 놀랍다. 1914년, 남성의 보호와 결혼만이 최고의 선이자 여성들에
최은진의 BOOK소리 117 창조론이 과학이 될 수 없는 16가지 이유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 저자 : 리처드 도킨스 외 / 출판사 : 바다출판사 / 정가 : 7,500원 신이 있다고 믿고 싶은 건 당연하다. 인간은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그래서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신은 꼭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2005년 미국 과학계를 뜨겁게 달군 소송이 있었다. 고등학교 생물수업에서 진화론과 동등하게 창조론(지적설계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분쟁이었다. 창조론을 종교신화가 아닌, 과학이론의 하나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에 16명의 과학자들(진화론자)이 반박하고 나섰고, 이 책은 그 칼럼들을 모아놓은 모음집이라 할 수 있겠다. 창조론이 왜 과학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 명쾌한 논리를 펼쳐보인다. 물론, 지적설계가 흥미로운 신학적 논증이긴 하지만, 과학은 아니라는 결론의 판결이 내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이 발전한 나라로 인식되는 미국의 한 여론조사 결과는 놀랍다. 진화론이 증명된 과학이론이라고 믿는 사람은 35%인데 비해, 창조론을 믿는 사람은 45%라는 것. 세계적 지성인 대니얼 데닛, 레너드 서스킨드, 리처드 도킨스,
최은진의 BOOK소리 116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 저자 : 정진호 / 출판사 : 푸른숲 / 정가 : 16,000원 병에 걸렸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의사나 약사보다 더 전문가처럼 그럴듯한 조언을 한다. 물론 그 중엔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잘못된 정보에 따른 부작용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세상엔 우리를 위협하는 질병이 너무나 많고, 또 그 처방에 관한 정보는 병의 가짓수보다 훨씬 많다. 죽음을 늦추고 병을 고치려는 간절한 바람이 미신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맹목적인 믿음이 오히려 병과 죽음에 힘을 실어준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무지가 위험이 되기 전에, 우리 모두가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 있다. 세계적인 독성학자인 정진호 교수가 들려주는 약에 관한 모든 것. 우리가 믿는 사실이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것, 늘 그렇듯 역사가 증명한다. 약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신인 줄 알았던 것들이 과학이 되고, 과학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거짓으로 판명나는 것은 ‘약’의 역사에서도 예외가 없다. 1부에서는 ‘약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대하여 파헤친다. 믿음이 약이 되는 플라시보 효과는 놀랍다. 우리의 자연치유력과
최은진의 BOOK소리 115 자폐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저자 : 마크 해던 / 출판사 : 문학수첩 리틀북 / 정가 : 9,500원 몰랐다. 자폐가 아름다운 재능일수도 있겠다는 걸. 그리고 이렇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는 병이라는 걸. 이야기의 시작은 자폐소년 크리스토퍼가 한밤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개, 웰링턴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과 학교 주변만 맴돌던 크리스토퍼는 웰링턴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한 탐정놀이를 하게 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의문의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형식은 추리소설을 빌려왔으나 내용은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한계와 결함을 극복해 나가는, 자폐소년의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없는 소년. 상대방이 왜 화가 났는지, 왜 울고 웃는지 이해할 수 없던, 자폐소년이 바뀌기 시작한다. 어른이라고 해서 행동이 모두 옳은 게 아니며, 완전한 판단을 하는 인격체가 아니라는 것. 죽을 줄 알았던 엄마도, 완벽하게 크리스토퍼를 속인 아빠도 모두 그냥 불완전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렇게 소년은 타인의
최은진의 BOOK소리 114 지적이고 아름다움 삶을 위한 라틴어 수업 ◎ 저자 : 한동일 / 출판사 : 흐름출판 / 정가 : 15,000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수많은 대학생을 매혹시킨 서강대학교 명강의,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이 이렇게 책으로 엮였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그의 수업이 왜 신촌일대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 청강생에 이르기까지 그토록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을까? 정말 라틴어를 배우고 싶어서? 영어도 아니고 요즘 뜨고 있다는 중국어도 아닌, 써 먹을 데 하나 없는 라틴어를? 심지어 지금은 사용하지도 않는 언어를? 그는 ‘읽고 행복하시길’이라고 했지만 이 책 한 권 읽고 행복해질 수는 없을 터. 하지만,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라틴어가 이렇게 매력적인 언어였다는 것도. 고상해보여서, 젠 체하고 싶어서 라틴어를 배우려는 걸 그는 ‘위대한 유치함’이라 했다. 허나 그 시작은 ‘위대한 유치함’이었을지 몰라도 이 한권의 강의를 다 읽고 나면 어느새 삶을 마주보고 있게 된다. ‘배워서 남 주냐?’는 물음에 ‘배워서 남 주자’ 라고 대답하게 될 것이다. 공부가
최은진의 BOOK소리 113 대책없는 귀차니스트의 유쾌한 삶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 저자 : 호어스트 에버스 / 출판사 : 작가정신 / 정가 : 9,500원 머리가 무거운 월요병으로 시작해 다시 출근할 생각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닐 일요일까지, 주말이 오는 길목인 금요일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사는 많은 사람들. 오늘도 지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는 사람이 있다.“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라고. 우편배달원, 택시기사, 배우, 그리고 만담가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작가, 호어스트 에버스는 말한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의 세상엔 늘 금요일만 있는 것 같다. 월요일 아침부터 아니, 일요일 밤부터 가슴이 답답해져 금요일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자. 세계적인 카바레티스트(테이블에 둘러앉은 관객들에게 재담, 춤, 노래 등으로 정치, 시사 풍자를 하는 예술가)이자 작가인 그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야기형식으로 묶었다. 귀찮아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하고 있는 세금신고, 청소, 빨래 등의 잡다한 일들을 그는 미
최은진의 BOOK소리 112 의식있는 주당들의 술에 관한 기분좋은 이야기 생각하는 술꾼 ◎ 저자 : 벤 맥팔랜드, 톰 샌드햄 / 출판사 : 시그마북스 / 정가 : 20,000원 세상엔 당신이 못 마셔본 멋진 술이 이렇게나 많고 술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삶을 완전히 바꿔 버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두 사람이 있다. 단, 이들처럼 ‘생각하는 술꾼’이 되었을 때만 가능하긴 하다. 알코올과 함께 분별력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재치있는 입담의 두 신사, 벤 맥팔랜드와 톰 샌드햄이 들려주는 술에 관한 모든 것. 그들의 말처럼 우리가 가식을 떨고 속마음을 감추도록 부추기는 것은 술이 아니라 맨 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알코올의 힘을 빌려 사랑고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주류 전문가가 풀어내는 술에 관한 제대로 된 생각을 들어보자. 빛깔의 표현력에 매료된 화가, 반 고흐가 미치도록 사랑한 술은 뭐였을까? 술을 죽도록 마시고도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단 걸 증명한 헤밍웨이가 죽도록 사랑한 술은? 정답은 압생트와 럼주.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는 강력한 뮤즈가 되어준 술, 압생트의 영향력이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이고, 헤밍웨이는 럼
최은진의 BOOK소리 111 인간은 왜 숨어서 남몰래 할까? 섹스의 진화 ◎ 저자 : 제레드 다이아몬드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 정가 : 15,000원 동물들의 성관계를 목격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은 낯뜨거움에 고개를 돌리지만 정작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숨어서 하다니 진짜 이상한 종이야.”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임을 강조하는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그는 인간의 이 특이한 성적 습성을 진화론적 관점을 통해 파악해 나간다. 왜 섹스는 즐거운지, 왜 인간은 남 몰래 숨어서 섹스를 하는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 문제들을 진화생물학적 논리를 이용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책의 제목을 보고 발칙한 상상이나 19금의 내용을 기대하고 접근했다면 실패다. 성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와 관찰의 결과를 학구적이고 논리정연하게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너무너무 유쾌하다. 다른 종과 확연히 구분되는 인간의 섹스의 키워드는 “쾌락”이라 것. 종족 번식만이 아닌, 단지 쾌락의 원천으로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것
최은진의 BOOK소리 110 19세기의 짜릿한 막장드라마! 가면 뒤에서 ◎ 저자 : 루이자 메이 올컷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3,000원 루이자 메이 올컷, 그녀를 선과 행복을 추구하는 따뜻한 가정소설의 대표작인 <작은 아씨들>의 작가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생계유지를 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설을 쓴 전업작가이자 상업작가였다. 또 여성사상가였으며, 노예해방운동, 금주운동에도 참여한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간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올컷의 면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소설 4편이 실린 이 책은 그녀가 가면을 쓰기도 하고 진심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켜켜이 쌓아올린 삶의 단편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가면 뒤에서, 또는 여자의 능력>이다. 여성주의적 관점과 노예해방사상 위에 스릴러를 결합해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름끼치게 완벽한 두 얼굴의 가정교사 진 뮤어. 수수하고 온순한 가정교사의 얼굴 뒤에는 상류층 집안을 제대로 가지고 노는 악녀의 모습이 숨어있다. 그런데, 그녀가 정말 악녀일까? 그녀의 가면은 상류층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강요했던 것들은 아니
최은진의 BOOK소리 109 동물의 지적 세계를 향한 흥미로운 발견여행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저자 : 프란스 드 발 / 출판사 : 세종서적 / 정가 : 19,500원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우리에게 재밌는 질문을 던진다. ‘우린 동물이 얼마나 똑똑하지 알만큼 충분히 똑똑한가?’라는. 동물의 똑똑함에 대해선 고사하고, 동물이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오직 인간만이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믿어왔으니까. 그런 인간에게 저자는 경종을 울린다. 동물뿐만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 우월감과 오만감은 금물이라고, 다른 존재들도 충분히 나보다 더 똑똑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동물의 마음과 감정에 관한 개념들과 생각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그들을 그동안 얼마나 과소평가했는지를 알려준다. 또, 인간이 스스로를 얼마나 과대평가해 왔는지도. 많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드 발은 생생한 사례를 들어 동물의 놀라운 능력을 알려준다. 동물의 협력, 공감, 감정에 주목하면서 인간도덕성 진화에 관한 문제로까지 확장시켜서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흥미진진한 연구와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최은진의 BOOK소리 108 질투 뒤에 숨어있는 욕망의 힘질투의 민낯 ◎ 저자 : 지그리트 엥겔브레히트 / 출판사 : 팬덤북스 / 정가 : 14,000원 어릴때부터 우리는 질투를 나쁘다고 배웠다. 백설공주의 미모에 질투심을 느껴 살인교사를 하는 새왕비에게 어린이들은 악녀의 딱지를 붙였다. 또 신데렐라와 콩쥐를 질투한 계모와 새언니들은 어떤가. 그들이 벌 받는 것을 보며 우리는 권선징악을 학습해왔다. 그러나 질투는 인간의 본성이다. 살면서 누군가를 질투 한 번 안 해본 사람 있을까? 질투하고 있는 자신을 들키지 않으려고 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나? 그렇지만 질투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나아가 질투를 삶을 성공으로 끌고 가는 긍적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고마운 책. 저자는 우리의 일상 어디서나 있는 질투의 본질과 뒷배경, 그 대상을 세세히 파헤치고 있다. 또 질투의 문화적 뿌리와 의미, 질투 뒤에 따라오는 감정들, 그게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를 풀어놓으면서 우리 욕망의 깊은 곳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는 물건이나, 능력, 지위 그 자체를 질투하지는 않는단다. 그것들을 소유한 사람이 지녔을 것이라 짐작되는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