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수업 시간, 수중 세계에 대한 몽상에 빠져 공책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공책을 빼앗기고 두 시간 동안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다. 그는 훗날 유체역할을 통해 물고기들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바로 빌 프랑수아의 이야기이다. 그의 책 『정어리의 웅변』은 생태와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결합해 소개하는데 그 방식이 마치 몽상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독자들은 저자가 펼쳐 놓은 바닷속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 저자는 바닷가에서, 식당에서, 시장에서 어디든 탐험을 이어나간다. 바닷속은 수많은 생물 간의 소통으로 가득하다. 정어리는 “가장 완벽한 웅변 기술을 갖추고 있다”(54쪽)고 소개된다. 고차원적인 대화 대신 슬쩍 움직이거나 보기만 해도 완벽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리비의 소리는 주변 생명체의 건강상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간과 청어떼 사이에 있었던 오해로 스웨덴과 러시아가 한판 전쟁을 벌일 뻔한 사연도 흥미롭다. 10년 이상의 오해가 결국 과학자의 연구로 해소되었다. 뿐만아니라 인간의 배신이 바다를 어떻게 배신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건강해지는 연어도 범고래 올드톰의 마지막도 슬프다.
파리의 물속에 사는 생물들을 파리지엥이라고 소개하는 작가의 유머 감각도 훌륭하다. 작가는 학교에 다니지 않은 생선에게 배울 것이 참 많아 보이게 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도 보인다. 독자들에게는 다가온 휴가철에 바닷가 선베드에 길게 누워 봐도 즐거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