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급 이상 공직자 비상대기
예정됐던 행사·기자회견 취소
포고령에 시의회도 ‘올스톱’
혤기 굉음에 처인 주민 불안
용인신문 |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계엄 여파로 용인지역 행정 및 정가의 파장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 예산을 심의 중이던 용인시의회는 3일 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가 공포되자 마자 유진선 의장과 송인영 의회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의회 운영 관련 긴급 논의를 시작했고, 용인시도 모든 공직자들에게 계엄 선포에 따른 비상근무 문자를 보내는 등 긴박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해제 이후부터는 한국외대와 용인예과대, 단국대 등 지역 내 대학교 학생들이 윤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 한강수계 지자체 정책포럼 ‘연기’ … 이 시장, 기자회견 ‘취소’
용인시는 4일 새벽 0시 13분 전체 공직자들에게 비상계엄 관련 문자메세지를 발송한 뒤, 새벽 5시에는 5급 이상 공직자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
이후 계엄이 해제되자 비상소집 해제 문자를 보낸 뒤, 4급 이상 간부 공직자들에게 긴급회의 참석을 주문했다.
이상일 시장은 본인이 주재한 새벽 간부회의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용인시민을 비롯한 국민들은 아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며 “시의 모든 공직자들은 제 자리를 지키면서 맡은 책임을 다하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돕자”고 강조했다.
시는 계엄 여파를 감안, 4일 오전 용인시청에서 열기로 한 ‘제2기 한강사랑포럼’을 취소했다. 한강포럼은 용인시와 광주시, 이천시, 양평군, 가평군 등 한강수계 지자체들의 정책모임이다. 이 시장은 이들 지자체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적절한 때에 ‘제2기 한강사랑포럼’을 열어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논의하자”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시장은 5일 오전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당초 폭설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하지만 계엄 여파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등 불안정한 정국 상황을 감안,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 배포로 갈음했다.
기자회견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 시의회 새해 예산 심사 일정 ‘차질’
2025년 예산안을 심의 중인 시의회는 더욱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계엄사 포고령 1호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발표되며 당장 예산안 심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윤 의장은 의회사무국장 및 직원들과 소통하며 새벽 의장단 회의 등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시의회는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이어가진 못했다. 당초 4일 오전 10시부터 진행 예정이던 각 상임위원회별 새해 예산 심의는 오후 3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어떤 요건도 지키지 못한 불법이자, 비상계엄 자체가 원천무효이고 중대한 헌법과 법률의 위반”이라며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로서 스스로 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권에 맞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용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 이후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국회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로 간 시의원들은 의사당을 둘러싼 경찰 및 군인들과 맞서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 지작사‧항공대 등 헬기 이착륙 분주 … 불안했던 155분
지상군 작전사령부와 육군 항공대 및 제55사단 사령부 등이 위치한 처인구 지역 시민들은 더욱 불안한 밤을 보냈다.
군 주요 작전 지휘부가 위치한 군사지역인데다, 지작사와 항공대 등에서 연신 낮은 고도로 헬기들이 이착륙하는 모습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헬기 등의 이동경로 또한 처인구 운학동 및 동부동 지역을 관통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는 목소리다.
삼가동에 거주하는 시민 김 아무개(46‧남)씨는 “아파트 인근 인근 지작사에서 연신 헬리콥터소리가 들리고, 낮은 고도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정말 큰 일이 벌어지는 줄 알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단국대학교, 용인예술과학대학교 등 지역 내 대학 학생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평화나비 용인예과대지부 학생들은 지난 5일 시국선언을 통해 “우리는 하룻밤 사이에 우리 국민들이 목숨을 내놓으며 찾아왔던 민주주의와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기고 있었다”며 "국민의 기본권, 대학생들의 학내 정치활동, 청소년들의 역사교육 등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탄압을 멈춰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갖춰야할 자질과 능력, 자세와 태도 모두 결여했음을 드러냈다“며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용인시의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5일 용인예술과학대학교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