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소설들은 한결같이 짓눌린 개인의 삶을 통해 문제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드러낸다. 사회적 참사는 ‘참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건은 개인의 죽음이 동반되며, 그로 인해 다수가 트라우마의 언저리를 배회하게 된다. 그럴 때 현장에서 살아온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관계에 따라 트라우마는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그 과정에 있는 청소년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그려낸 작품이다.
고등학생 이연서는 현실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떠오르게 하는 일을 당한다. 2023년 여름 오송, 호우에 근처 미호강이 범람하자 지하차도가 잠겨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일이 있었다. 소설에서 연서가 당한 일을 구체적으로 오송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반복되는 비오는 날에 대한 묘사와 버스에서 친구와 그 친구의 엄마가 죽었다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오송의 사건과 겹쳐진다.
연서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아빠도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이고, 선생님의 가식적 태도에는 환멸을 느끼며 친구들의 태도마저 의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도 참사의 현장에서 겨우 살아왔으면서 죽은 친구를 애도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자신에게 문제를 느끼기도 한다. 학교에는 빈 책상이 있고, 시간이 지나자 그마저 치워지는데, 연서는 그 책상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과연 연서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왝왝이는 연서에게 왜 나타난 것일까? 왝왝이가 있는 그곳과 연서가 있는 ‘이곳’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왝왝이를 데려오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