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올 들어 소비자물가지수가 두 달 연속 2%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탄핵 정국에 따른 고환율로 인해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특히 가공식품을 비롯한 외식물가가 각각 2.9%와 3.0%씩 크게 오르며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8(2020년=100)을 기록해 전년 대비 2.0% 상승했다. 올해 1월(2.2%)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진 증가 폭이지만 2개월 연속으로 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6.3% 크게 오르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약 1331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2월 1447원 수준으로 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6% 인상됐다. 이는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도 2.3% 올랐다.
외식 및 가공식품 물가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들썩였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3.0%, 외식 제외 개인 서비스 물가는 2.9%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각각 0.43%포인트, 0.57%포인트 끌어올렸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9%로 지난해 1월(3.2%) 이후 13개월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는 식품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양한 품목의 각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한 영향이라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두 달 연속 이어진 고물가 행진에도 불구, 식품업계이 잇따라 가격인상을 발표하고있다는 점이다.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은 지난 17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다.
CJ제일제당도 같은날 비비고 만두 약 20종과 스팸 가격을, 동원 F&B도 냉동만두 15종 가격을 인상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던킨은 지난달 각각 빵과 도넛 가격을 올렸고, 삼립도 포켓몬빵 가격을 인상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이달 빵과 케이크 가격을 올렸다.
농심에 이어 오뚜기도 다음달부터 라면류 가격을 인상한다. 오뚜기가 라면값을 인상하는 것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오뚜기는 27개 라면 16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올린다고 발표했다.
한국맥도날드도 지난 20일부터 2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 올렸다. 평균 인상률은 2.3%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5월 이미 16개 메뉴 가격을 100~400원 인상한 바 있다. 가격 인상 후 1년도 되지 않아 재차 가격을 올린 셈이다.
△ 정부, 식품업계 가격 인상 시기 조절 ‘요청’
이 같은 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자, 정부는 외식업계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 계획을 사전에 공유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외식물가 오름세가 지속되자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추도록 유도하고 가격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가격 인상 계획 공유를 요청한 바 있었다”면서 “사전에 정보를 파악하고 협조를 요청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품업계 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가공식품 물가는 수입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14종의 식품 원자재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농식품부를 통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모습. 농심과 오뚜기 등 식품업계는 최근 잇따라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