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다
이기형 (1917 ~ 2013)
역마다 백두산표를 안 팔아
나만 미쳤다고 쑥떡인다
과연 누가 미쳤나
흑발이 백발이 되도록
귀향표를 살려는 놈이 미쳤나
기어이 못 팔게 하는 놈이 미쳤나
그럼, 나는 간다
미풍 같은 요통엔 뻔질나게 병원을 드나들어도
조국의 허리통엔 반백년 동안 줄곧 칼질만 해대는
저놈 메다꼰지고
걸어서라도 날아서라도
내 고향이 옛날처럼 나를 알아보게끔
하얀 머리는 까맣게 물들이고
얼굴 주름은 펴고
어리고 찢어지는 가슴 쓰다듬으며 나는 간다
걸어서라도 날아서라도
이기형
1917년 함남 함주 출생.
언론인 · 시인이며 재야 민주화 운동 인사.
『이기형 대표시 선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