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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잘 복제한 팝아트적인 영화
때는 바야흐로 1962년 뉴욕시.
멋진 시대, 멋진 도시에 꿈을 안고 모여든 사람들이 8백만명이다. 아니 지금 막 1명이 늘었다는 나레이션과 함께 핑크색 태터솔 첵크의 수트를 입은 바바라 노박(르네 젤위거)이 등장한다. 바바라는 여성의 행복을 위해 사랑은 사절이라는 ‘Down with love’의 저자다.
이 책에는 여자도 남자들처럼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섹스를 즐기며 사회적 성공을 이루어야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1960년대는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수가 늘어나고 남녀평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대였다.
그러면 페미니즘을 찬양하는 영화일까. 아니 무늬만 그렇고 60년대 로맨틱코미디를 테크니컬하게 모사한 좀 지루한 영화다. 즉 심각하게 미간을 찌뿌리고 생각하면서 보는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신에 ‘Down with love’는 60년대 패션을 맘껏 즐기게 해 주는 영화다. 1960년대는 사회와 경제가 활발히 발달하는 시대로 본격적으로 경제가 부흥하면서 소비라는 개념이 강조되었다. 특히 2차세계대전후 베이비 붐의 영향으로 늘어난 젊은이들이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취향 맞는 발랄함과 새로움이 추구되었다.
사람들은 엘리트 위주의 예술에 싫증을 느끼면서 대중의 감각을 중시한 자유로움과 다양함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경제적 발달로 인한 물질주의를 반영한 팝아트가 성행을 이루었고 여기에 나타난 낙관적인 컬러들이 시대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당시 유행한 예술사조인 옵아트와 팝아트, 미니멀 아트 따위의 추상적이고 대담한 무늬, 강렬한 색과 기하학적인 무늬같은 것에 영향을 받아 전체적으로 슬림한 라인을 주도하며 샤넬수트와 미니스커트를 유행시켰다.
1960년대에 우주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기능적이고 미니멀(단순함과 순수함을 추구)한 의상을 주류로 한 스페이스 룩이 소개되었다.
주도적인 디자이너인 앙드레 꾸레쥬(Andre Courrege)는 비닐, 인조가죽 등의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며 독특한 여성복 디자인을 선보였고 우주복에 영향을 받은 짧은 라인의 독특한 스타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래지향적인 그이는 보다 젊은 룩을 추구했다. 흰색 바탕에 강한 컬러 대비, 그리고 심플한 형태와 구성이 앙드레 꾸레쥬 옷의 특징이었다.
캐처 블락(이완 맥그리거)이 비키에게 차인 피터를 위로해 주기 위해 데려간 클럽의 댄서 복장을 보면 우주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에 광택 있는 인조섬유로 만든 행성을 두르는 띠와 같은 형태의 스커트가 스페이스 룩의 개념을 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에는 각종 인조섬유가 새로 출현하였으며 1950년대에 10m밖에는 생산하지 못하던 레이온과 나일론 같은 것을 1960년대에는 40m까지 생산할 수 있는 방직기술이 발달하였다. 캐처 블락의 비서가 캐처와 피터가 이야기하는 것을 몰래 듣고 내용을 오해하여 기절해버리는 대목에 나일론 양말이 나온다.
양말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대님을 하고 다니는 피터를 보고 ‘지금은 우주시대야. 라이크라, 테크론 같은 고탄력섬유가 나와서 양말길이도 길어졌지. 양말길이가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주지’ 하며 자기 양말 길이를 재 보라고 한다.
1951년 미국의 듀퐁사에서 개발한 나일론의 등장으로 인조섬유의 개발은 급속도로 빨라졌고 그 결과 우주복까지 실현케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문화적인 특성을 잘 대변해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대중문화며, 대량생산한 문화상품 속에서 복제 이미지가 잘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똑같은 복제이미지가 대량유포한 것은 60년대 팝아트에서 비롯되었다.
‘팝 pop’이라는 명칭은 통속적인 이미지, 다시 말해서 일상생활에 범람하는 기성의 이미지에서 소재를 취했던 특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용어라 할 수 있다.
‘Down with love’는 1960년대의 페미니즘, 우주시대, 예술사조, 패션 같은 이미지를 잘 복제한 팝아트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사진설명
1. 남녀주인공이 나오는 광고
60년대 남녀의 대표적인 패션이다. 이완 맥그리거가 입고 있는 가늘고 긴 남성복 실루엣은 모즈룩. 그리고 르네 젤위거가 입고 있는 태터솔 첵크의 시스 드레스.
2. Bridget Riley의 <어디로>1964년작
옵아트 작품. 점차 찌그려져가는 원의 구성에서 시각적 운동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옵아트는 의복에 있어서 다양한 무늬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3. 미니멀한 디자인에 팝적인 컬러가 액센트인 당시 예술사조에 영향을 받은 인테리어.
4. 전설의 4인, 비틀즈
모즈룩을 선도했던 비틀즈. 양송이같다해서 붙쳐진 머슈룸 헤어와 폭좁은 넥타이 좁은 깃의 첵크무늬 셔츠 스타일은 당대를 풍미했다.
5. 꾸레쥬의 드레스
스페이스 룩과 미니드레스 등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 앙드레 꾸레쥬.
- 2003년작
- 감독 : 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