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식 투표… 정당공천의 명암

  • 등록 2006.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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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후 인사태풍…토호세력 물갈이 의도
초선 시의원들의 열정…권력독점 제어판(?)

   
 
2. 5·31 지방선거의 의미

‘이동중인 권력 기압골’
지역정가의 예측을 벗어난 한나라당 한선교(용인을) 의원의 공천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초선 중심의 공천은 이창식 현 체육회 사무국장을 제외하고 서정석 시장과 2명의 도의원, 8명의 시의원 모두 성공했다.

‘파격’에 가까웠던 한 의원의 공천은 전통적으로 동부권의 보수 세력이 지배적이었던 지역정계에 자연스런 교체 바람을 불어넣었다. 당시 ‘한 의원이 지역성을 철저히 배제한 공천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실제 한 의원은 ‘후보자 인터넷 공모’등을 통해 기존 정치인을 배제하고 새 인물을 물색하겠다는 명분을 만들기도 했다. 용인권력의 정점에 있던 지역출신의 토호세력들을 물갈이 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한 의원의 공천은 때마침 불어준 당풍으로 성공리에 막을 내렸고, 당풍은 그를 ‘마이더스’로 만들어 주었다. 당선자들에게 한 의원의 뜻은 거부하기 힘든 압박이 된 것이다.

서 시장이 취임 후 보여준 용인지방공사 사장 등 주요 요직의 인사도 ‘지역색을 없애겠다는 한 의원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서 시장과 동향출신인 일명 TK(대구,경북) 계열인사들이 요직에 중용됐다.

즉 지역 권력의 최 상층부가 지방선거를 거치며 교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변화 … 묻지마 식 투표’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단연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 시행이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첫 선을 보인 이 두 제도는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을 변화시켰다. 시민들은 인물과 정책공약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출마자와 당선자 분포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2002년 전후 용인시 기초·광역의원 출마자 대부분은 지역에서 오랜시간 거주하며 지역민들에게 검증을 받은 인사들이었다.

정당 공천제가 없던 당시의 기초의원 당선자들의 당적 분포도를 보면, 한나라당 13,명 민주당 6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1명 등 그나마 고르게 나타났다.

그러나 정당공천제가 적용된 지난 5·31 선거에서는 지역인물, 검증활동 등과 상관없이 ‘한나라당 공천 = 당선’이라는 공식과 함께 공천 신청자는 물론 당선자까지 한나라당으로 몰리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공천은 동부권과 서부권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동부권이 기득권층인 당시 시의원들을 대부분 그대로 중용한 반면, 서부권은 철저히 초선 출마자를 중심으로 했다.

이는 당시 공천실권을 쥐고 있던 한 의원의 정치적 포석이 깔려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인구 유입이다. 2002년 선거당시 33만5000여명이던 유권자는 지난5월 선거에서는 51만8000여명으로 증가했다. 대단위 택지개발에 따라 유입된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면면을 알 수 없다. 따라서 정당에 따라 투표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택지개발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지역의 개표결과는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 지난 5월 지방선거 결과 서 시장의 득표율이 아파트 밀집지역인 수지구에서 66.24%인 반면 농촌지역인 처인구에서 36.73%라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현상은 기초·광역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서부지역에서 공천을 받아 초선에 도전한 후보 대부분은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초선의원들의 열혈의지와 시의회의 변화
서부권의 젊은 초선의원들의 입성은 다소 보수적이던 시의회를 변화하게 만들었다. 개원 초반 의장단 선거에서 동·서 의원 갈등으로 비춰진 신·구 의원들의 갈등은 현재 어느 정도 봉합이 돼가는 분위기다.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의원들의 열정과 다선 의원들의 노련함이 융합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동·서의원간 갈등 봉합은 조성욱 의장과 서 시장의 일부 독단적인 시정활동이 촉매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정치색이 덜 묻고 주관이 뚜렷한 초선의원들이 당의 명분만 쫓는 의정활동이 아닌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열중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용인정치의 지역성을 없애보겠다’던 한 의원의 의도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용인권력의 중심이 이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변화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르고, 그로인한 파장도 만만치 않다.

취재 중 만난 한 지역정가관계자는 “인구 100만을 눈앞에 둔 지역 권력구조의 변화가 대세라면,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 정치인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권력이동이 고착화 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지역 내에서 최대의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정문 전 시장과 이우현 전 시의회 의장의 행보, 그러고 내년 대권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강우 기자 hso0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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