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여선의 추억, 경전철로 되살아난다

  • 등록 2007.0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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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수여선 협궤열차의 추억을 싣고
일제수탈 목적 개통…43년간 역사의 아픔싣고
어정·처인구지역 수여선 모습 경전철로 재현

   
 
용인에서 나고 자란 40~60대의 시민들은 저마다 협궤열차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갖고 있다. 화차의 동력이 약해 높은 언덕을 오를 때면 승객들이 내려 걸어 올라간 뒤 언덕 정상에서 다시 태웠다…. 메주고개와 흥덕지역에서 영통을 지나 원천으로 넘어가는 장승백 고개를 넘을 때면 동력을 잃은 기차가 한참을 뒤로 갔다가 가속을 붙여 올라가기도….

# 협궤열차를 아시나요?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0년 12월 당시 전쟁 중이던 일제는 이천과 여주등지에서 생산되는 쌀과 석탄 등을 수탈해 본국으로 이송할 목적으로 총 길이 73.4Km의 수원~여주 간 협궤열차를 개통한다.
당시 시간적여유가 부족했던 일제는 선로 폭이 표준궤인 1m43.5㎝보다 좁은 76.2㎝의 협궤를 건설했다.
수여선은 소래지역의 소금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건설한 수인선과 함께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일제는 수여선을 통해 수원으로 이송된 쌀과 석탄 등을 다시 수인선을 이용해 인천으로 옮겼고, 인천항에서 선박으로 일본 본토로 가져갔다.
그러나 해방이후 수여선은 용인을 비롯한 수원, 이천, 여주 지역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대중교통수단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당시 수여선 협궤열차는 시민들의 애환과 희망을 싣고 다녔다.
수여선은 1970년대 들어 운행을 멈췄다. 자동차 등 교통수단이 발달 돼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2007년, 30년 전 용인중심부를 관통하다 사라졌던 수여선의 흔적이 용인시가 건설 중인 경전철로 인해 다시금 보이기 시작했다.

# 추억
용인에서 나고 자란 40~60대의 시민들은 저마다 협궤열차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갖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시민들의 수많은 기억들 중 공통된 기억은 학창시절의 가장 큰 추억거리인 ‘수학여행’이었다.
당시의 양지국민학교, 용인국민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은 여주 벽절(현 신륵사)로의 수학여행에 대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처인구의 한 시민은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모처럼 타는 기차에 들떠 기차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모이라는 선생님 소리도 못 들어 기차에 타기 전부터 꾸중을 들었죠”라며 향수에 젖는다.
당시 간이역이 있었던 신평리에 살았다는 한 시민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용인으로의 등하굣길을 철길을 따라 다녔다”며 “겨울이면 열차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의 수여선은 역이 많지 않아 원거리 주민들은 열차를 타기위해 4~5Km씩 걸어야 했다. 당시 용인지역 수여선의 역 위치를 살펴보면 어정 - 역말(간이역, 현 행정타운 부근) - 용인역 - 신평(간이역) - 양지 -제일(간이역) 등이었다. 현재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그 거리를 짐작할 수 있다.
협궤열차는 선로 폭이 좁은 탓에 객실 공간도 마주보는 좌석에 사람이 앉으면 통로는 한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을 만큼 좁다.
실제 등하교 시간대에는 여학생들에게 자리를 양보한 남학생들은 서 있을 공간도 부족해 지붕 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니 오늘날의 놀이동산 열차를 생각하면 비슷할 듯 했다.
협궤열차하면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추억이 있다. 증기로 움직이는 화차의 동력이 약해 높은 언덕을 오를 때면 승객들이 내려 걸어 올라간 뒤 언덕 정상에서 다시 태웠다는 것.
특히, 현재의 어정지역인 메주고개와 흥덕지역에서 영통을 지나 원천으로 넘어가는 장승백 고개를 넘을 때면 동력을 잃은 기차가 한참을 뒤로 갔다가 가속을 붙여 올라가기도 했다.

# 역사의 뒤안길로
이처럼 43년간 역사의 아픔과 시민들의 애환을 싣고 달리던 수여선은 지난 1972년 3월 31일 전 노선이 폐지돼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졌다.
당시 용인역이 있던 곳에는 현재 상가건물(처인구 대흥상가)이 들어서있고 신평리 간이역은 도로로 편입됐다. 또한 일제 강점 당시 수탈한 물품을 보관했던 창고는 대한통운 차고지를 거쳐 용인축산업 협동조합의 ‘축산물 판매장’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수여선의 흔적은 아직 곳곳에 남아있다.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산 중턱에는 수여선이 통과했던 메주고개 굴(터널)이 남아있고, 종합운동장 맞은편에 경안천변에는 철도 교각의 흔적이 있다. 수여길이라는 용인중학교 맞은편 LG슈퍼렛 앞길 지명도 옛 수여선에서 유래된 것이다. 현재 수원시의 화성역도 수여선 역 이름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2007년 1월, 수여선의 용인시 어정지역과 처인구 지역에는 옛 수여선의 모습이 경전철로 재현되고 있다.

# 경전철 현황
경량전철은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 된 제4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고가 구조물 또는 지하나 도로 위에 전용 주행로를 설치, 완전무인운전방식으로 1량 또는 다량 편성이 가능한 전기철도 시스템이다.
경전철은 건설비가 지하철의 50%선으로 저렴하며, 자동화된 무인 운전으로 운영비도 절감은 물론 전기를 동력으로 해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다.
용인시의 경전철 사업은 지난 1995년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만인 지난 2005년 11월 17일 오는 2009년 하반기 운행을 목표로 역사적인 기공식을 가졌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용인경전철은 구갈 역에서 전대(에버랜드)역까지 총 연장 18.4Km에 거쳐 설치되며, 전 구간을 4개 구간으로 나눠 궤도공사를 진행 중이다. 2006년 12월 말 현재 40.3%의 전체 공정 율을 보이고 있다.
완공 후 약 110초에서 135초의 배차간격으로 운행되는 경전철은 기점에서 종점까지 약 25분의 시간이 소요돼 교통체증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용인경전철에 도입될 차량은 미국 JFK 공항에서 운행되는 기종과 동일한 것으로 객차1량에 226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용인경전철의 기점인 구갈역은 분당선 연장선(오리~수원역)과 연결되고, 또다시 정부 광역교통체계에 따라 추진 중인 신분당선과도 연계된다.

# 수여선 & 경전철 닮은 꼴
이에 따라 기점인 구갈역에서 분당선 연장선과 환승 가능한 용인 경전철은 수원을 거쳐 인천까지의 수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여선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고림동 공설운동장에서 어정역까지의 선로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옛 수여선과 거의 일치한다. 수여선이 이 일제의 수탈목적이었던 것을 생각할 때 순수 교통목적의 철도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또 경안천과 금학천변을 따라 개설된 선로는 용인시민들에게 또 다른 추억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수여선과 비슷하다.
경전철의 지상 2~3층 높이의 선로는 서부권에 비해 개발이 덜 진행된 동부권 중심부를 관통하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시는 “경전철 선로 주변의 경관을 재정비해 조명시설 등을 설치해 경전철 투어를 관광코스로 개발할 계획”이라는 것이 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한 선로와 차량에도 조명시설을 설치, 도시미관을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이강우 기자 hso0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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