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데 직급은 무슨… 모두가 ‘형’‘동생’이죠”

  • 등록 2007.04.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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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새 120명의 회원…매년 5~6회 대회참가
탐방/삼성반도체 마라톤동호회 ‘나노스’

   
 
“마라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 아주 정직한 운동이에요. 인생의 가장 기본을 마라톤에서 배우게 되는 셈이죠.”

국내 최고 엘리트 그룹인 ‘삼성 맨’들이 삼성반도체 화성 사업소 내 400m 트랙을 달리고 또 달린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줄을 맞춰 뛰는 폼이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뛰는 모습보다 더욱 진지하다.

트랙을 수십바퀴 쯤 돌았을까…. 거칠어진 숨결을 고르며 한 사람이 다가선다. “나노스 클럽에 김병하 회장입니다.”

바로 삼성 반도체 소속의 직원들이 모여 만든 마라톤 동호회 ‘나노스(nano’s)’의 회장이다.
2000년 9월 뜻이 맞는 직원들이 모여 만든 나노스는 7년 새 회원이 120여명이나 되는 제법 규모가 큰 동아리로 발전했다.

매주 월,수,금 진행되는 훈련에 김재환 코치가 함께한다. 전 여자마라톤 국가대표 방선희씨를 지도한 김재관 코치(60)의 지도 때문인지 불과 몇 달전에 시작한 초보 마라토너들도 5km를 뛰는 것은 일도 아닌 듯 하다.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훈련에서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운동장 20바퀴를 뛴다. 대회를 앞두고는 30~40바뀌씩을 돈다.

김 코치는 “엘리트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며 “나노스는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수준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업무의 능률을 향상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잘 뛰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력 즉 오래뛰기입니다.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날 조금씩 숨쉬기가 편해지고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기록 단축과 장거리 코스에 도전하고픈 생각이 들지요. 그럼 더욱 열심히 뛰게 됩니다. 그게 마라톤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감.”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 결과 나노스에는 현재 서브쓰리까지 기록을 앞당긴 회원들도 많다. 308km를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에 참석한 조용국씨를 비롯해 지난 2005년 동아일보 서울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2분 59.18초를 달성한 최지관씨, 최근에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3시간 33분의 기록을 세운 유성재 부장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김병하 회장은 “마라톤을 하면서 몸이 건강해지고 하루피로가 풀려 오히려 일도 더 잘된다”며 “나노스에는 부장에서부터 새내기 직원들까지 함께 하지만 동호회 안에서는 직급이 없기 때문에 모두 나이순서에 맞춰 ‘형’ ‘동생’하며 가족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평상시 같으면 까마득히 높은 상사일텐데 마치 친한 친구나 선후배처럼 어깨를 부딪치며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노스 훈련부장인 한득수씨는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업무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도 얻고 업무 협조도 더 잘되는 것 같다”며 “항상 훈련장에는 웃음이 있어 서로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6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다는 김영광 부장은 “재산문제로 힘들 때 달리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지를 키웠고 지금은 주위에 아픈 사람을 한명씩 정해 뛰는 내내 그사람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마라톤은 자신이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는 정직한 운동이기 때문에 일하는 것도 마라톤의 성격과 연관성을 지닌 듯 하다”고 선배다운, 상사다운 충고를 잊지 않는다.

“뛰는 사람은 마음이 넓습니다. 왜냐면 인생의 기본을 마라톤에서 배우기 때문입니다”라는 정해균 전 회장은 “나노스 회원들은 일년에 5~6차례 전국대회에 가족과 함께 출전합니다. 기록도 알아보고 가족의 화합도 도모하기 위해서죠. 때문에 모두가 서로서로를 챙겨줍니다. 나노스는 혼자 뛰어도 좋지만 함께 뛰면 더욱 좋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라며 자랑한다.

“움직임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모든 발자국은 지구에서의 나의 위치, 시공간을 통과해 움직일 수 있는 내 능력에 대한 확인이다. 내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공기가 폐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을 느낄 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안다. 여러분, 같이 살아있음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김병하 회장의 초청의 글이 왠지 가슴에 와 닿는다.(www.samsung-nanos.org)
우한아 기자 odnoko@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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