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가득 '웃음' 교정가득 '활기'

  • 등록 2013.02.15 13: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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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3년ㆍ취임 3년 '행복한 학교 만들기' 올인…가족같은 학교 작은 기적

   
2년 전 개교 당시 1학년 1명, 6학년 1명 등 총 2명의 학생으로 문을 연 수지 성복동의 성서초등학교(교장 이수열). 올해 개교 3년째에 접어드는 성서초등학교의 전교생은 380명으로 늘었다. 

용인의 강남, 그중에서도 대치동으로 불리는 성복동의 성서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이수열 교장은 첫해부터 행복 바이러스를 심기 시작해 지금 성서초등학교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까지 행복해 난리가 났다.

   
▲ 이수열 교장
왜 이렇게 행복해 할까.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학부모와 교사들은 정년 2년 남은 이 교장의 전근을 필사적으로 막아내 남은 2년을 성서에서 마치게 만들었다.

틈만 나면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 이 교장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옷 찾아달라기도 하고 장난도 치다 나가는 아이들. 고구마 두 개 쪄서 가지고 와 아버지 하나 드리고 자기도 먹는 천진한 아이들. 방학 중에 교사들도 틈만 나면 학교에 나오고, 교직원 스포츠 클럽인 성배모(성서초 배구 모임·남자 교사와 교직원으로 구성)도 일주일에 두 번씩 나와 배구 시합을 하는 학교. 어떻게 이런 학교가 가능할까.

학교를 찾았을 때 남향으로 지어진 학교에는 밝고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했다.

노란 햇볕과 재잘거리며 통통 튀는 어린이들의 경쾌한 움직임은 여전히 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도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했다.

이날도 이수열 교장은 새벽 6시 30분에 학교에 들어섰다. 어김없이 새벽의 어둠을 가르고 학교에 도착하는 이 교장은 학교 구석구석을 돌며 미리 미리 점검하고 손보는 일로 하루를 연다.

아침의 넉넉한 시간을 활용해 어린이들의 체육 도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예체능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서초등학교는 체육교구가 넉넉해 전혀 부족한 게 없지만 처음 동작을 익히는 과정을 돕기 위한 아이디어 교구는 이교장의 손을 통해서만 공급된다. 쌩쌩이(두발뛰기) 같은 고난도의 줄넘기 동작을 1학년 어린이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줄넘기 끈을 짧게 끊어 양쪽에 테니스공을 매달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어린이들에게 500원짜리 동전을 가져오라고 해서 비닐로 직접 개인용 제기를 만들어 잘 차지는 제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1학년 학생들이 쌩쌩이를 한번에 70~ 80개는 거뜬하게 해낸다.

행복의 비결은 바로 이 교장의 헌신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이 교장의 이런 헌신적 노력이 교사들에게 전파되고, 다시 교장과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이 어린이와 학부모 모두를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그러니 자연 온 학교가 행복해진다.

개교 후 한 학기가 끝나자 2명이던 전교생이 35명으로 늘었다. 2학기부터 곧바로 방과 후 교실을 운영했다.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외부 강사가 들어올 수 없는 상황에서 증학교 시절 배구선수로도 활약했던 이 교장은 배구강좌를 맡고, 지난해 전근을 간 교감은 농구, 교사들은 국악을 맡는 등 교장 교사할 것 없이 재능을 기부해 무료로 방과후를 꾸렸다. 이때 교장이 솔선하니 아무도 거부하는 교사가 없었다. 늘 교사와 직원들에게 친절하고 민주적으로 대하니 언제나 모두 교장을 믿고 따른다.

   
▲ 성서초등학교 교직원 일동
현재 전교생 모두가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한다. 한 학생이 두 개 정도씩 수강한다. 학생들의 요구가 있어 골프반도 개설했다. 수강신청이 적어 폐강하는 강좌가 많은 다른 학교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너무 좋아 한다.

“저희 학교는 해피 타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수·목·금요일 1, 2교시를 블록타임으로 운영해 중간에 쉬는 시간 10분과 3교시 시작 전 쉬는 시간 10분을 합해 자투리 시간 20분으로 10시부터 20분동안 율동 제기차기 줄넘기 등 자유롭게 어린이들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하게 합니다. 학부모와 애들 모두가 해피타임이 있어 행복하다고 난리입니다.”

성서초는 기초 체력에 미달이 없는 학교다. 공부는 중고등학교에 가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장의 철학이다. 마치 외국 학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학교 운동장과 강당 등 학교 곳곳을 활용해 운동을 한다. 긴 줄넘기는 3분간 300명의 어린이들이 쏜살같이 통과한다. 늘 운동이 몸에 익어 민첩한 동작과 어려운 동작도 쉽게 쉽게 해낼 수 있게 됐다. 학교 강당은 상시 개방이어서 어린이들이 언제든지 가서 운동을 할 수 있다. 학교사랑의 날 편지를 쓰게 하면 영락없이 강당 상시 개방이 좋다고 쓴다.

운동회 때도 전교생이 주인공이 되는 종목으로 채운다. 제기차고 줄넘기 하고 피구를 하고, 그러다보니 작은 학생수에도 불구하고 용인학생체육대회에서 성서초가 피구 2등에, 수지구 대항에서는 축구 3등 등 막강 운동실력을 자랑한다.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이런 학교를 너무 좋아한다.

헌신 외에도 이교장의 판단력과 추진력, 그리고 효율적 학교 운영이 눈에 띈다.

올해부터 성서초등학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없애기로 했다. 상시평가제로 담임 교사들이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공부는 어떻게 시키는 지 궁금했다. 그런데 영어가 평균 97점이란다. 운동이 두뇌개발과 집중력을 길러준다는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공부도 잘하고 친구 간에도 친하게 지낸다. 해피타임 덕이다. 에너지를 운동으로 발산하게 해 다툼도 줄고 우정도 깊어졌다.

이 교장은 업무추진비로 1년에 두 차례씩 학생들을 게임 시킨다. 이기는 팀에게는 자장면도 사주고 상품권도 준다. 게임을 안하면 아이들이 난리다. 수학여행도 5, 6학년을 함께 보낸다. 그래서 졸업 전 수학여행을 두 번이나 간다.

특수반 공익근무요원이 마침 과학고에 카이스트 출신이라서 올해부터 영재과학을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과학분야의 훌륭한 롤 모델, 멘토가 아닐 수 없다. 이다음에 성서초에서 과학도가 여러 명 탄생한다면 엄청난 효과다. 학습재료와 실험실습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은 물론이다. 운동이 성서초의 특성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교장은 공부에 대해서도 빈틈없이 챙긴다.

올해는 비닐로 정문 부근부터 학교 구석 연못과 토끼집 있는 곳까지 터널을 만들고 덩굴 식물을 심어 어린이들이 설레는 길을 걷게 할 계획이다. 학교 둘레에 코스모스를 심기 위해 씨앗도 잔뜩 받아 놨다. 토끼도 낮에는 풀어놔 운동장에서 어린이와 토끼가 같이 뛰논다.

교사 회식자리에 식당 아주머니들도 늘 함께 하는 등 교사와 비교사간의 장벽이 없는 학교, 교사들의 단합이 잘되는 학교.

15일 졸업식을 앞두고 미리 졸업장 전달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졸업식 당일에 졸업생 모두에게 사진을 나눠주는 섬세한 배려와 따뜻한 사랑이 흐르는 학교를 어떻게 행복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박숙현 기자 yongin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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