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보엠

  • 등록 2014.03.20 15: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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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의 아픔 그리고 사랑과고뇌…한국에서 재탄생

   
▲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장수동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는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지난 2001년 초연해 해외에서까지 주목을 받았던 화제작 ‘서울*라보엠’이 오는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공연은 미디어 전문기업 ㈜추계미디어(대표 정향국)가 공동 제작해 수익금 전액을 불우한 환경의 성악 유망주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해 더욱 의미 있는 공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라보엠’은 19세기 프랑스 파리 배경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간직한 한국의 시공간적 배경으로 옮겨와 오페라화 한 작품이다.

광주 사태의 비극적 상처를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랑과 치유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고 용서와 관용, 상생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980년 한국인들의 상처인 광주민주화운동 직후의 겨울, 신촌의 대학가에 모여 사는 청년 예술가들의 사랑과 고뇌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특히 신촌에 사는 시인 노한솔(로돌포)과 간호사 이하영(미미)이 최루탄 속에서 사랑을 꽃피우는 장면을 중심라인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80년 겨울 신촌의 한 낡은 다락방 화실. 시인 한솔과 화가 창수가 작업에 몰두한다. 그러나 밖에서 들려오는 시위 함성에 괴로워한다. 결국 타자기와 캔버스가 무슨 소용이 있냐며 집어 던진다.

그사이 철학도인 병태와 작곡 지망생인 준영이 나타나 살풍경한 바깥소식을 전하는데 진압대에 쫓긴 하영이 몸을 숨기려 들이 닥친다. 광주에서 간호사를 하던 그녀에게 머지않아 서울의 봄이 올 것이라며 위로한다.

푸치니 원작에 등장하는 시인 로돌포와 재봉사 미미의 사랑은 서울*라보엠에서 극작가 한솔과 간호사 하영의 사랑으로 대체돼, 광주의 긴박한 현장감을 살려내고 있다.

하영은 남도의 한 도시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뛰쳐나온 인물이다. 특히 한솔도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된 경험이 있다. 이 둘의 만남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이다.

초연했을 때 미국 CNN은 1980년 광주 항쟁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이를 사랑을 통해 시대 화해를 노래한 한국판 라보엠의 탄생이라고 전 세계에 소개한 바 있다.

장수동 예술 감독은 “우리는 다시 시대와의 사랑을 노래하고자 한다. 80년대 시대의 격랑 속에 신음하면서도 진정으로 삶을 사랑한 당시 청년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며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되풀이 되는 한국사회의 분열의 고리를 끊고 시대와의 화해를 노래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장 감독은 그러나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오페라이지 정치적 코멘트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
그는 “오페라는 단연코 아름다운 시대의 노래여야 한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이 담고 있는 진솔한 감성 표현과 독특한 캐릭터, 절묘한 멜로디가 있었기에 서울*라보엠이 가능했음을 잊지 않는다”며 “처음 만날 때 하영의 열쇠를 감췄던 한솔이 마지막 순간에 그녀에게 열쇠를 돌려주며 희망을 버리지 않듯이 죽어가며 다시 그의 손에 열쇠를 꼭 쥐어주던 하영의 손길에서 우리는 희망의 통로를 본다”고 강조 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초연 당시 공연평을 통해 “장수동은 우리의 창작 오페라가 역사의 주인공들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실을 못마땅해 하며, 역사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고 힘줘 말하곤 했다”며 “장수동은 소극장오페라 서울*라보엠을 통해 지난한 시절에 있었던 그 무명의 수많은 인간 군상의 형상을 그려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역사가 유명하고 잘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님을 알렸다고 했다.
장수동 감독은 그랜드 오페라 작업과 더불어 소극장 오페라 운동에 열정을 바쳐왔다.

   
이번 공연에는 그동안 영화, TV드라마 등의 제작 파트너로 참여해온 ㈜추계미디어가 대중예술을 넘어 오페라 제작에도 함께 하고 있다.

정향국 대표는 최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TV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서울*라보엠에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향후 중장년층의 응답하라 1980으로 발전시켜 본격적인 원소스멀티유즈 작업을시작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원래 언론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 사업(추계 최은희 여기자 장학회)을 펼치고 있는 추계미디어는 이번 공연의 의미를 살려 수익금 전액을 성악 지망생을 위해 쓸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 하영 역은 소프라노 이효진 짐주연 구은경, 한솔 역은 테너 장신권 양인준 김주완 등이 맡았다.

그동안 여러 형태로 존재해 온 라보엠. 전통적인 푸치니 식 파리의 라보엠이 있는가하면 가죽옷을 입은 펑크 버전이 있는 뉴욕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렌트도 있다.
한국에는 한국판 라보엠인 ‘서울*라보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박기정 기자 기자 pkh45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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